[나로호 발사 연기] 헬륨가스 주입중 로켓 분리면 ‘고무 실’이 압력 못 견뎌 파손

[나로호 발사 연기] 헬륨가스 주입중 로켓 분리면 ‘고무 실’이 압력 못 견뎌 파손

입력 2012-10-27 00:00
수정 2012-10-27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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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호, 예상 못한 악재에 발사 연기… 원인과 향후 일정

우려했던 구름이나 비가 아닌 전혀 예상치 못한 악재가 터져 나왔다. 한국형 우주발사체(KSLV-I)의 3차 발사 예정일인 26일 오전 7시부터 한국과 러시아 기술진들은 발사운용 절차에 돌입했고 8시 43분 헬륨가스 주입이 시작됐다. 10시 1분. 러시아 기술진이 급하게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관계자들을 찾았다. 헬륨가스를 1단 로켓에 계속 주입했지만 로켓 내부의 압력이 높아지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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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기술진은 1단 로켓을 점검, 발사대와 연결된 1단 로켓의 마감재인 고무 ‘실’(Seal) 부분에서 헬륨가스가 새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육안으로 검정색 실이 터져 나온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러시아 기술진은 “세워진 상태에서는 수리가 불가능해 나로호를 다시 조립동으로 옮겨 수평으로 놓은 상태에서 정확한 진단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고, 한국 측은 이를 즉시 수용해 발사 연기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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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간단한 부품이지만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헬륨가스는 로켓 내부에 있는 ‘터보펌프’의 압력을 높여 주는데, 터보펌프는 연료인 케로신(등유의 일종)과 산화제인 액체산소를 연소실로 뿜어 주는 역할을 한다. 헬륨이 충분치 않으면 연료 공급 자체가 안 되고, 심한 경우 폭발로도 이어질 수 있다.

항우연 측은 “현 상황에서 심각한 문제는 아니다.”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하면서도 “이번 문제는 우리 측 잘못이 아니라 완벽하게 러시아 측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연구진 내부에서는 발사 예정일을 충분히 연기해 원점에서부터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의견과 사소한 문제인 만큼 실 부분만 보완한 뒤 이른 시일 내에 발사일을 다시 잡아야 한다는 등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로우주센터 연구진은 결함이 발견된 뒤 약 1시간쯤 지난 오전 11시부터 발사대에서 분리하는 작업을 시작해 오후 늦게 나로호를 1.8㎞ 떨어진 발사체 종합조립동(AC)으로 옮겼다. 무진동 트레일러에 실린 나로호는 이틀 전 발사대를 향할 때처럼 2시간여가 걸려 조립동으로 돌아갔다.

항우연 측은 당초 발사 예정일 하루 전인 25일 최종 예행연습(리허설)을 했으나 리허설에서는 연료 및 산화제 주입을 하지 않아 실의 결함을 미리 발견하지 못했다. 2009년 1차 발사 때도 헬륨가스 주입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해 한 차례 발사가 연기됐지만, 이때는 센서 이상으로 문제가 비교적 쉽게 해결됐다.

박정주 항우연 발사체추진기관실장은 “장착된 실링은 헬륨가스 공급 이전에 수행된 기밀시험에서는 문제가 없었다. 발사체 내부 헬륨탱크로 헬륨가스를 충전하는 과정에서 분리면의 실이 공급압력(220바)을 견디지 못하고 파손된 것으로 추정된다. 정확한 원인은 러시아가 알아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항우연은 당초 26~31일을 발사 예비기간으로 잡고 발사를 준비해 왔다. 나로호 발사궤도 상에 충돌 가능성이 있는 우주 물체가 없고, 태양 흑점 폭발도 전혀 영향이 없는 기간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교과부와 항우연은 실의 문제가 간단한 것으로 판단되더라도 예정일 마지막 날인 31일에나 발사가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광래 항우연 나로호사업추진단장은 “사소한 문제로 보고 있지만 실제로 얼마나 심각한지는 뜯어 봐야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예비기간 안에 발사를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하늘 문이 열리는 시간’인 ‘발사 윈도’를 다시 정해 국제기구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나로호 3차 발사가 다음 달이나 연말로 늦춰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나로과학위성의 경우 하지(夏至) 전후인 6~7월에는 오후 발사 윈도가 열리지 않으며, 12월과 1월에는 오전 발사 윈도가 열리지 않는다. 3차 발사가 겨울로 미뤄진다면 기온이나 폭설 등 기상조건 악화에 대한 부담이 높아진다. 또 이 경우 12월 19일 대선에 임박해 3차 발사를 추진하는 데 대한 정치적 부담도 생길 수 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고흥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2012-10-27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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