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졸린 치매 대책 없나] (하)선진국 현황과 대책은

[목 졸린 치매 대책 없나] (하)선진국 현황과 대책은

입력 2012-11-03 00:00
수정 2012-1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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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정부가 치매 치료법 연구… 日은 24시간 간병서비스

한국보다 일찍 치매의 심각성을 깨달은 미국의 치매 치료 시스템은 비교적 체계적이다. 정부는 해당 기관 홈페이지 등을 통해 치매에 걸렸을 경우 어떻게 도움을 청해야 하는지, 어떤 치료 방법이 있는지 등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또 기부금과 정부 보조금 등으로 운영되는 치매 관련 협회 등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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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환자를 둔 가족들이 2일 오후 서울 광진구 치매지원센터에서 커다란 도화지에 마음껏 색칠을 하는 미술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 치매는 10년 이상 장기적으로 앓는 병이기 때문에 가족이 받는 스트레스 역시 제3자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치매 환자를 둔 가족들이 2일 오후 서울 광진구 치매지원센터에서 커다란 도화지에 마음껏 색칠을 하는 미술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 치매는 10년 이상 장기적으로 앓는 병이기 때문에 가족이 받는 스트레스 역시 제3자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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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치매가 워낙 치료하기 힘든 병이라는 점에서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들의 고통은 심각하다. 또 환자 간호에 들어가는 돈도 전국적으로 보면 천문학적이다. 미국에서는 전국적으로 530만명의 치매 환자가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노인 인구의 10.3%에 달하는 이들을 배우자나 친척, 자원봉사자 등 270만명이 돌보고 있다. 이들을 돌보는 예산만도 연간 200조원에 달하며 2050년에는 10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 5월 “2025년까지 알츠하이머의 진행을 멈추게 하거나 치료할 방법을 찾아내겠다.”며 ‘치매와의 전쟁’을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2025년까지 치매 예방 및 치료법을 연구하는 이른바 ‘국가 치매 계획’(NAP)이다. 이것은 국가 차원의 구체적인 대응 전략을 수립하는 등 알츠하이머 치매를 근본적으로 차단하려는 사상 최초의 임상시험이라 할 수 있다. 다국적 제약회사의 약품을 남미 콜롬비아의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시험하는 것이다. 미 국립보건원(NIH)은 이 임상시험에 1600만 달러(190억원)를 투입한다. 미 보건복지부는 이 계획이 치매와 싸우려는 역사적 노력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자평하고 있다.

일본은 치매로 고통받는 노인이 305만명으로 10년 전보다 배 이상 늘었다.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 환자다. 2017년에는 373만명으로 증가하고 2020년에는 4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병 수발에 지쳐 스스로 목숨을 끊는 ‘간병 자살’도 연간 300건이 넘는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최근 치매를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병·의원을 현재 173곳에서 5년 후까지 500곳으로 증설하는 등의 대책을 담은 ‘치매 대책 5개년 계획’을 처음으로 발표했다.

5개년 계획 중 눈에 띄는 내용은 치매 환자 치료를 ‘병원 입원형’에서 ‘재택형’으로 바꾼 것이다. 재택형 치료를 늘리기 위해 24시간 간병 서비스 제도도 도입했다. 노인이 건강 정도에 따라 월 9641~3만 1668엔(약 13만~43만원)을 지불하면 24시간 횟수에 관계없이 필요할 때 집에서 전문가의 간병을 받을 수 있게 했다. 노인이 치매에 걸려도 환자의 의사가 존중되고 가능하면 계속 살던 지역에서 생활을 지속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일본에서는 치매와 관련해 재택 지원 체제가 이뤄지지 않아 환자의 증상이 악화되면 정신과 병원에 입원하는 사례가 많았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치매로 인한 정신과 병원 입원 환자 수는 1996년 2만 8000명에서 2008년에는 5만 2000명으로 크게 늘었다. 일본은 치매 발병 사실이 밝혀진 후 즉각 환자의 집을 방문하는 ‘초기집중지원팀’도 신설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2012-11-03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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