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날 집에 불난 수험생, 수험표도 타서 재발급받아시장 관용차도 수험생 수송…”내년에 다시” 여유만만 ‘수포맨’도
201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8일 오전 전국 시험장 곳곳에서 수험생들을 격려하는 열띤 응원전이 벌어졌다.예년과 마찬가지로 입실완료 시간에 아슬아슬하게 맞춰 순찰차 등을 타고 허겁지겁 도착하는 학생이 속출, 학부모들의 가슴을 졸이게 했다.
외국 언론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한국 대입시험 응원 문화를 취재하며 놀라움을 나타냈다.
=고사장 착각…어딘지도 몰라?
0...서울 양천구 목동 양정고에서는 오전 7시30분께 한 수험생이 느긋하게 시험장으로 들어갔다가 경찰이 잡아 준 택시를 타고 황급히 이동하는 일이 벌어졌다.
경찰 관계자는 “고사장을 착각해 이곳으로 왔다가 잘못 온 사실을 알고 얼굴이 사색이 되기에 택시를 잡아줬다”고 전했다.
입실 완료를 10분 앞둔 오전 8시께 이 학교 정문에 도착한 순찰차에서는 수험생 5명이 줄줄이 내려 고사실로 달려가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이들을 태우고 온 경찰관은 “학생들이 오목교역까지 와서는 양정고가 어딘지 모른다며 112에 신고해 급히 데리고 왔다”고 말했다.
=수험생 태운 119구급차 ‘맹활약’
0...경기 일산소방서는 수능일 오전 수험생 3명의 119신고 전화를 받고 구급차를 지원했다.
이날 오전 7시20분께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의 한 은행 앞에서 배모(19)양이 119에 전화를 걸었다.
배양은 출동한 구급차를 타고 입실 완료 시간 전에 무사히 시험장소인 행신고에 도착했다.
또 이날 오전 7시35분께 일산동구 마두동 천주교성당 앞에서 이모(20)씨는 119구급차의 도움을 받아 시험장인 국제컨벤션고로 이동했다.
수험생이 운전하는 차량을 시험장까지 에스코트한 사례도 있었다.
한 수험생은 이날 오전 7시55분께 백석역 인근에서 일산소방서에 도움을 요청했다. 구급차는 사이렌을 켜고 달리며 수험생이 탄 차량이 시험장까지 빠르게 이동하도록 안내했다.
=광주시장 관용차로 수험생들 수송
0...광주시는 이날 강운태 시장의 관용차로 수험생들을 수송했다.
광주시는 이날 오전 6시55분께 금호동에서 신모(풍암고 3)양을 시장 관용차인 오피러스에 태우고 고사장인 송원고등학교까지 안전하게 바래다줬다.
또한 시장 관용차를 이용해 오전 7시20분께 이모(풍암고 3)군을 금호지구에서 고사장인 동성고까지 수송했다.
광주시는 지난 7일 본청 공무원 130명에게 수험생 수송에 전념하라는 근무명령을 내려 수험생 46명을 고사장까지 수송했다.
=급하면 자가용도 ‘수험생 수송차량’
0...오전 8시께 서울 강남구 도곡동 숙명여고 앞에 승용차 한 대가 ‘수험생 수송차량’이라고 휘갈겨 쓴 종이를 차량 앞유리에 붙이고 도착했다.
운전석에서 허겁지겁 내린 한 남성은 교문 옆 경비실로 달려가 “딸이 학생증과 수험표를 집에 두고 갔다. 꼭 전해 달라”고 부탁하고는 한숨을 돌렸다.
=외신도 수능 응원전 관심
0...서울 종로구 안국동 풍문여고 앞에서는 이날 AP, 로이터, TV 아사히, 니혼TV 등 외국 언론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한국의 교육열과 대입시험 응원 문화를 취재하느라 바삐 움직였다.
일본 TV 아사히의 한 리포터는 “이런 광경은 처음이다. 고등학생들이 이렇게 열심히 응원하는 것을 보니 재밌기도 하고 놀랍다. 일본에서는 대학 입시에 이렇게 열띤 응원전을 벌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내년에 다시…” 여유만만 ‘수포맨’
0...서울 양정고에서 수능을 치르는 한 수험생은 가방도 없이 고사장에 도착해서는 정문 주변에서 태연히 담배를 피우며 여유를 부렸다.
이 학생은 “수시 합격도 못 했고 수능은 7~8등급 정도 나올 것”이라며 “올해 시험은 포기하고 내년에 재수해 좋은 대학에 가겠다”고 말했다.
=수험생 가정 불…경찰 도움 수험표 재발급
0...이날 오전 0시께 광주 동구 산수동의 한 상가건물 4층 김모(53·여)씨의 집에서 전기콘센트에서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불이 나 800만원의 재산피해를 냈다.
특히 이날 오전 수능시험을 앞둔 김씨 딸의 신분증과 수험표도 불에 탔다.
경찰은 임시수험표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화재 현장에서 불안해하는 수험생을 발견, 시교육청에 연락해 시험을 보는 데 문제가 없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수능 삼수생 아파트서 투신자살
0...7일 오후 8시께 대구시 달서구 한 아파트에서 수능 삼수생 A(20)씨가 화단에 떨어져 숨져 있는 것을 주민이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이 아파트 18층 복도에서는 A씨가 벗어둔 신과 맥주 캔 등이 발견됐다.
A씨의 옷에서는 ‘불면과 객혈로 곧 죽을 것 같다’는 내용의 유서가 나왔다.
A씨는 수도권 대학 진학을 위해 수능을 준비해왔으며, 이 아파트와는 3km가량 떨어진 곳에 산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가 수능을 앞두고 성적이 오르지 않는 데 부담을 느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유족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인을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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