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아 돌봄행정 ‘구멍’
뇌병변 1급 장애를 앓고 있는 남동생(11)을 돌보다 유독가스에 질식돼 사경을 헤매던 박지우(13)양이 지난 7일 끝내 부모 곁을 떠났다.“장애인보조 24시간 보장을”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장애인 단체 대표들과 민주통합당 노웅래, 민병두, 최민희, 우원식 의원이 장애인 활동보조 예산 확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이 들고 있는 사진은 지난달 26일 화재로 목숨을 잃은 중증 장애인 김주영씨의 영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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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낮 경기 고양시 일산백병원에 차려진 빈소에서 만난 한 장애인부모연대 회원은 “지우 엄마가 파주시에 장애아동 양육지원서비스(도우미 파견)를 신청했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만약 부모가 직장 일로 집을 비운 시간에 지우 남매를 돌봐 줄 누군가가 있었더라면 이번 참변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장애 아동을 위한 도우미 파견은 전국 가구 소득 평균 이하일 경우 거주 읍·면·동에 신청하며 신청 후 1개월 안에 인력 지원이 가능하다.
파주시에 따르면 박양 부모는 지난해 9월 도우미 파견을 신청했고 시는 지원 대상 사실을 확인하고 경기도 장애아동지원단에 통보했다. 이후 도우미와 박양 부모가 돌봄 시간을 조율했으나 박양 부모가 원하는 시간과 도우미가 근무할 수 있는 시간이 맞지 않아 성사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사단법인 전국장애인부모연대와 새누리경기도장애인부모연대 파주지부는 “이번 사건은 정부와 지자체의 빈약한 복지정책으로 인해 일어난 ‘사회적 타살’”이라며 “만약 파주시가 진작에 이 장애인 가족이 처한 어려움을 알고 적절한 지원을 했더라면 참혹한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 뜨거운 불길 속에서 두 남매가 겪었을 고통과 공포, 그리고 남아 있는 가족들이 겪고 있을 고통에 대해 파주시는 각성하고 근본적인 장애인 복지정책을 다시 세우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파주시 김경숙 장애인복지팀장은 “시는 지원 대상이 되는지 검토해서 경기도장애아동지원단에 통보하는 역할만 하며 이후의 일은 부모와 사업단이 해야 할 몫”이라고 밝혔다.
한상봉기자 hsb@seoul.co.kr
2012-11-09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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