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검경수사협의회…속내 달라 기술적 합의 그칠수도
서울고검 김광준 부장검사의 비리 의혹을 두고 검찰과 경찰이 벌이는 대결 국면이 15일 검·경 수사협의회를 기점으로 해소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김황식 국무총리의 경고로 검찰과 경찰 간 갈등은 수면 아래도 내려간 듯 보이지만 검사 비리를 조속히 수사해 결과를 내겠다는 검찰의 입장과, 그럼에도 수사는 계속한다는 경찰의 입장이 충돌하면서 여진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14일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검·경 수사협의회는 아직 특별한 의제가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김 검사의 비리 의혹을 둘러싼 검·경 이중수사 국면을 두고 국무총리 중재 하에 협의회가 소집되는 만큼 이 사건의 수사 주체가 어느 기관인지를 두고 토론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의견차가 워낙 큰 만큼 이번 이중수사 논란을 촉발시켰던 경찰의 수사 개시·진행권 및 검찰의 송치 지휘권 발동 요건 등 민감한 문제를 건드리기보다 이중수사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기술적 합의’에 주력할 가능성이 크다.
수사협의회를 앞두고 이런 회의적인 전망이 우세한 것은 검찰과 경찰이 현 상황에서 그만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경찰은 이날 의심스러운 자금 흐름이 포착된 차명계좌와 연결된 김 검사 본인의 은행 연결계좌 1개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 14일 신청했다.
이는 김기용 경찰청장이 13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밝혔듯 “어떻게든 수사는 계속 한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으로, 인권 침해 소지가 있는 참고인 이중수사를 제외하고 물증 확보나 다른 혐의 수사는 그대로 간다는 의지 표명이기도 하다.
이중수사 상황을 해소하겠다는 경찰 수뇌부의 결정을 굴욕적으로 해석하는 일선 경찰들의 반발도 상당하다.
일선 경찰들은 16일 세종시 인근 모처에서 전국 현장 경찰관들이 참여하는 긴급토론회를 열고 검사 비리를 특임검사라는 카드로 풀어간 검찰에 대한 성토대회를 할 예정이다.
검찰 수뇌부 역시 이번 사건이 대선을 앞두고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쉽게 물러설 수 없는 입장이다.
2010년 6월 특임검사 제도가 도입된 이후 검찰은 ‘그랜저 검사’, ‘벤츠 여검사’ 사건에 재빨리 특임검사를 투입해 외부의 검찰개혁 공세를 막아낸 바 있다.
다만 검찰 내부에서는 이번 이중수사 사태와 관련해 강온 양면의 기류가 흐르고 있다.
최근 검찰 내부 통신망에 개설된 익명게시판에는 “형사소송법에서 정한 경찰의 수사권을 분명히 인정해야 한다”, “경찰이 수사 중인 상황에 특임검사를 임명하는 것 자체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찰이 수사 초기부터 입증되지 않은 검사 비위 사실을 언론에 공표하면서 검찰 조직 이미지에 타격을 가했다는 점에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강경론 역시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검찰과 경찰은 앞선 3차례의 수사협의회에서 ‘검사의 사법경찰관리에 대한 수사지휘 및 사법경찰관리의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안(대통령령)’과 경찰의 수사실무지침 등 문제를 논의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한 번도 도출한 바 없다.
검찰과 경찰은 이런 측면에서 공식적으로 합의를 도출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피력하면서도 속으로는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분위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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