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홀한 부동액 관리가 공사장 ‘화’ 불렀다

소홀한 부동액 관리가 공사장 ‘화’ 불렀다

입력 2012-11-29 00:00
수정 2012-11-29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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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로 착각, 컵라면 등 끓여 먹어…2명 ‘위독’인체 치명적인데도 관리 소홀…‘부동액 사고’ 잇달아

제천시의 모 대학 공사장에서 컵라면 등을 끓여 먹은 근로자 7명이 한꺼번에 쓰러져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이들은 29일 오전 컵라면을 끓여 먹고 커피를 마신 직후 심한 구토 증세를 보이며 의식을 잃고 쓰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원인 파악에 나선 경찰은 이들이 컵라면 등을 먹기 위해 커피포트로 끓인 물에 이상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조사 결과 쓰러진 근로자 7명 중 3명은 커피만 마셨고, 4명은 컵라면을 먹고 커피까지 마셨다.

이들 중 커피만 마신 근로자들의 증상은 비교적 가벼웠지만 2가지 다 먹은 근로자 4명은 상태가 나빴다. 이 가운데 2명은 특히 증세가 위중해 원주 기독병원으로 이송됐다.

이에 따라 경찰은 차량이나 건설 현장에서 많이 쓰이는 부동액(방동제)을 물로 잘못 알고 끓여 커피와 컵라면 등을 먹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공사 현장에서는 시멘트를 갤 때 얼지 않도록 하기 위해 사용하는 부동액 페트병이 발견됐다.

먹은 양이 더 많은 근로자들의 증상이 더 심한 것도 사고 원인이 부동액일 것이라는 추정을 뒷받침하고 있다.

부동액을 음용수로 오인, 화를 초래한 사고는 이번뿐이 아니다.

지난 1월 전북 고창의 한 건설현장에서 동료들과 새참으로 컵라면을 먹은 근로자 이모(64)씨가 숨졌다.

경찰 수사 결과 이씨 등은 공사 현장에 있던 부동액을 물로 오인해 컵라면을 끓이는 데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12월에도 충북 청원군의 한 아파트 경비원 2명이 막걸리 병에 든 부동액을 술로 잘못 알고 6잔씩 나눠 마셨다가 구토 증상을 보여 치료를 받았다.

다행히 1명은 건강을 회복했지만, 나머지 1명은 실명하는 불운을 겪었다.

이렇게 부동액은 심하면 생명을 앗아갈 수 있고 특히 시신경에 치명적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공사 현장 등에서 관리를 소홀히 하면서 돌이킬 수 없는 화를 부르고 있다.

경찰은 컵라면과 커피믹스 포장재 외에 부동액이 담겼던 페트병과 커피포트도 함께 수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했다.

제천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근로자들이 마신 액체의 성분이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았지만 정황상 부동액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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