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미약 상태로 범행’ 판단
재결합한 전처가 가출하자 상심해 자살을 결심하고 부모와 자식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임모(46)씨가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다.삶의 의욕을 잃고 우울증을 앓게 된 임씨가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사실상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한 데 따른 양형이다.
범행을 자백한 임씨가 재판을 받는 도중 수차례 오열하며 참회했고, 다른 가족들이 가정사로 괴로워하던 임씨를 돕지 못한 것에 오히려 미안해하면서 선처를 바란 점도 함께 고려했다.
서울고법 형사3부(최규홍 부장판사)는 존속살해·살인 혐의로 기소된 임씨에게 사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는 “자신을 위해 평생 헌신한 부모를 살해했을 뿐만 아니라 어머니로부터 버림받고 조부모 슬하에서 꿋꿋이 살아가던 어린 아들까지 살해함으로써 가장 패륜적인 범행을 자행했다”고 꾸짖었다.
이어 “피고인은 자신이 자살하면 부모와 아들이 생계를 유지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하지만, 소중하고 존엄한 3명의 생명을 앗아간 것은 어떤 변명으로도 합리화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 당시 사물을 변별한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었다고는 할 수 없더라도 그런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고 보인다”고 판단해 감형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자존감 저하, 의욕상실, 허무감, 무력감과 함께 방탕한 생활을 했다’는 내용의 전문심리위원 의견을 판결문에 언급했다.
임씨는 올해 2월 잠든 부모와 아들을 흉기로 찔러 차례대로 살해한 후 달아나 한 모텔방에서 자살을 시도했다가 실패하고 경찰에 붙잡혔다.
임씨는 1998년 결혼한 부인 오모씨가 술과 도박에 빠져 갈등을 빚은 끝에 가출한 후 돌아와 재결합했으나 2008년 다시 가출하자 자포자기 상태로 지내다 자살하기로 작정한 뒤 이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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