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어두운 단면 보여준 사건”…울산지법 11년 만에 사형 판결
여자친구 자매를 살해한 김홍일(25)에게 사형이 선고됐다.울산지법 제3형사부(재판장 성금석 부장판사)는 25일 살인죄로 구속기소된 김씨에게 “한국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준 사건”이라며 사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저지른 냉혹하고 비정한 이 사건 범행은 건전한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대다수 국민 모두에게 엄청난 경악과 충격을 안겨주었다”며 “이는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크게 훼손했을 뿐만 아니라 사회공동체 기본질서와 평온을 위협하는 반인륜 범죄”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불과 3분20초 만에 자매를 살인, 결연한 의지로 치밀한 계획범행을 저질렀다”며 “피고인이 비록 여러 차례 반성문을 냈지만 반성과 참회의 진실성이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피해자 유족, 친구, 수많은 국민은 피고인 범행 동기와 경위에 의문을 제기하며 대대적인 서명운동으로 피고인이 가장 고통스러운 형벌을 받기를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우리 사회에 잔혹하고 엽기 범죄가 빈발하는 데다 평소 믿은 피고인의 계획범행에 두 딸을 졸지에 잃은 부모의 참담한 심정 등을 헤아려 볼 때 국민 공분과 염원을 도저히 외면할 수 없다”며 “인간 생명을 부정하는 극악한 범죄 예방을 위해 피고인을 영원히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는 사형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지난해 7월20일 오전 3시13분께 헤어지자는 여자친구(27)의 집을 찾아가 여동생(23)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달아났다.
그러나 1분여 뒤 되돌아와 여자친구도 수차례 찔러 살해했다.
김씨는 범행 이틀 뒤 자신이 졸업한 부산지역 대학교 주차장 내 승용차에서 이틀을 보냈고 DMB로 자신의 공개수배 사실을 안 뒤 함박산으로 숨어들었다.
그는 산속에서 거의 물만 마셨고 산 중턱 송전탑 공사장에서 근로자들이 남긴 캔커피, 물, 빵 등을 훔쳐먹고 50여일을 버티다 시민 제보로 검거됐다.
피해 자매의 부모와 친구들은 지난해 9월 김홍일 검거 직후부터 울산, 부산, 서울, 군산, 청주 등 각지를 돌아다니며 ‘김홍일 사형촉구 서명운동’을 벌인 뒤 2만5천여명의 서명과 30명의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울산지법은 2002년 2명을 살해해 강간 등 살인죄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사형을 선고한 바 있다.
이날 재판 뒤 자매 어머니는 법정 밖에서 오열했고, 가족들과 친구들도 눈물을 흘렸다.
자매 아버지는 “대다수 국민의 정서에 맞는 판결로 재판부에 감사한다”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우리 같은 제2, 제3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그는 이어 “예비 범죄자들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강력범죄에는 무거운 형이 선고되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아직 끝은 아니다. 최근 2심에서 뒤집힌 판결이 있는데 그렇게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울산지법은 이날 경찰에 법정 보호를 요청,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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