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 학폭 가이드라인 발표
앞으로 학교폭력 사건이 발생해도 사안이 경미하고 당사자 간 화해가 이뤄졌다면 학교폭력대책위원회(학폭위)를 생략할 수 있게 된다. 모든 학교폭력 사건에 대한 학폭위 개최로 인해 학교 현장의 행정 낭비가 심하고, 학생 지도에도 적합하지 않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결과다.교육과학기술부는 31일 ‘학교폭력 가해 학생에 대한 조치별 적용을 위한 세부기준’ 고시안을 행정예고했다. 고시안은 경미한 사건에서 학교폭력 가해 학생이 즉시 잘못을 인정해 피해 학생에게 화해를 요청하고, 피해 학생이 이를 받아들이면 학교폭력 책임교사가 이를 학폭위에 회부하지 않고 담임교사에게만 통보하도록 했다. ‘경미한 사건’은 ▲피해 학생에게 정신적· 신체적· 재산상 피해가 있었다고 볼 객관적인 증거가 없고 ▲가해학생이 이전에 학교폭력 사안에 연루된 적이 없고 ▲일회적이고 우발적인 경우에 해당할 때 등으로 한정된다. 교과부 관계자는 “일괄적으로 학폭위를 열게 한 결과, 평소 학교 생활에 모범이 되는 학생이 우발적으로 싸움을 벌이더라도 학폭위에 회부돼 학생부에 기록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면서 “가혹하고 비교육적인 측면이 있어 기준을 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과부는 이와 함께 각 학교 학폭위가 공정하고 일관된 기준을 가질 수 있도록 조사보고서 양식을 통일하고, 폭력 행위의 경중 판단 요소도 구체화했다. 예를 들어 가해자가 장애학생인 경우에는 학폭위에 특수교육 전문가를 참여시켜 장애학생의 특성에 대한 의견을 참고하도록 하고, 반대로 피해자가 장애학생인 경우에는 심의 강도를 높이도록 했다. 또 피해 학생의 신고·고발에 대한 협박 또는 보복행위도 가중처벌한다. 학교폭력의 심각성·지속성·고의성과 가해 학생의 반성 정도, 해당 조치로 인한 가해 학생의 선도 가능성 등도 주요 판단 근거로 활용하도록 했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2013-02-01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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