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탈주범’ 강지선, 도주에서 체포까지

’전주 탈주범’ 강지선, 도주에서 체포까지

입력 2013-02-01 00:00
수정 2013-02-01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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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대 사건’ 후 한 달 만에 또 풀린 수갑’경찰 수사망 구멍’ 도주 첫날 유유히 상경노숙으로 검문 피해…”도주 고달파 자살 시도”

지난달 28일 전북 전주에서 수갑을 풀고 달아난 강지선(30·전과 6범)이 도주 닷새째인 1일 서울에서 붙잡혔다.

강지선은 전주를 빠져나가지 못했을 것이라는 경찰의 예상과 달리 1천여명의 수사망을 뚫고 유유히 사라진 뒤 서울 강북구 강북구청 인근 공중전화에서 체포됐다.

◇ 절도범에서 도주범으로

’노영대 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 만에 전북 전주에서 또 한 번 피의자가 수갑을 풀고 달아나는 사건이 일어났다.

강지선은 지난달 28일 오전 3시15분께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 E 식당 앞에 주차된 승용차 문을 부수고 손가방과 휴대전화 등 80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쳤다.

그는 이를 목격한 시민과 경찰에게 붙잡혔고, 곧바로 담당 전주 효자파출소로 인계돼 수갑이 채워진 채 조사를 받았다.

강씨는 도주 10분 전까지 파출소 화장실을 세 차례나 들락거렸고, 경찰은 강씨의 네 번째 요구는 들어주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강씨는 이날 오전 4시30분께 ‘오른손에 찬 수갑이 조여 손이 아프다’고 고통을 호소했고, 경찰은 수갑을 왼손 티셔츠 위에 옮겨 채웠다.

강씨는 수갑이 옷 위에 채워지자 그 여유 공간을 이용해 수갑에서 손을 빼냈고, 이날 오전 6시58분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겉옷과 신발을 벗어 놓은 채 현관문을 열고 쏜살같이 달아났다.

강씨가 달아난 지 5초 만에 파출소 안에 있던 경찰관 5명이 쫓아갔지만, 그는 이미 파출소 인근의 전통시장으로 몸을 감춘 뒤였다.

◇ “검문·검색 안 받아”…구멍 뚫린 수사망

경찰은 강지선이 전주를 빠져나가지 못했을 것으로 보고 도주 첫날부터 1천여명의 수색 인력을 동원해 대대적인 수색을 펼쳤으나 강지선의 행방을 찾지 못했다.

경찰의 예상과 달리 도주 닷새째인 1일 강지선이 검거된 곳은 서울이었다.

전주 완산경찰서에 따르면 강지선은 시외버스 간이터미널을 이용해 서울로 올라갔다.

강지선은 도주 첫날 오전 여자친구 A씨와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의 한 원룸에서 만났고 이때 주머니에 있던 3만원과 원룸에 있던 15만원을 도피 자금으로 챙겼다.

또 수배 전단에 나와 있던 옷을 갈아입었다.

강지선은 여자친구의 설득에 한때 자수를 결심하기도 했지만 경찰서로 가던 중 “담배를 한 대 피우겠다”며 여자친구의 차에서 내린 뒤 그대로 도망쳤다.

오후 3시께 A씨의 차에서 내린 강지선은 1시간 넘게 전주 시내를 배회했다.

강지선이 도주한 지 8시간이 지났지만 강지선은 시내를 배회하는 동안 단 한 차례의 검문도 받지 않았다.

시내를 배회하던 강지선은 오후 4시20분께 완주군 삼례면 우석대학교 앞 간이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해 서울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경찰은 미흡한 초동 수사 때문에 강지선이 붙잡힌 날까지 매일 인력 1천여명을 동원하는 헛일을 되풀이해야 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사건 발생과 동시에 전주 전 지역에 대해 일제 수색과 검문검색을 실시했지만 수배자였던 강지선이 타인 명의의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등 수사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 고달픈 도주 생활에 자살 시도

강지선은 도주 첫날 오후 7시께 서울 남부터미널에 도착했다.

서울에 아무런 연고가 없던 강지선은 대중교통과 도보로 거리를 헤매다가 중구 북창동의 한 모텔에 숙박했다.

이미 수배전단이 다 뿌려졌다는 것을 안 강지선은 인적이 드문 곳을 찾아 중랑구에 있는 중랑천을 배회했다.

그리고 둘째 날 밤도 성동구 성수동의 한 모텔에서 지친 심신을 달랬다.

도피자금이 거의 떨어진 데다가 일파만파로 일이 커진 상황을 감당할 수 없었던 강지선은 이날 밤 소주 6병을 마시고 미리 준비한 문구용 칼로 양손목을 그어 자살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도피자금이 바닥난 강지선은 체포되기 전날에 다시 중랑구로 넘어와 한 건물 옥상에서 노숙했다.

도주 마지막 날 오후 8시45분께 강지선은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여자친구에게 다시 연락을 취했고 위치가 노출된 강지선은 강북구 강북구청 인근 공중전화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강지선은 경찰에서 “내가 ‘잡범’인데 왜 도망쳤는지 모르겠다. 도망 다니면서 힘들었고 스스로 한심하다고 생각했다”면서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하다”고 참회의 뜻을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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