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만섭씨 고려대 박사논문…”MB, 논거보다 주장 비중 커”
수사학(修辭學)을 체계화한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개념을 빌려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연설을 비교·평가한 논문이 나왔다.11일 고려대에 따르면 이 학교 대학원 언론학과 허만섭씨는 지난 학기 제출한 박사학위 논문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이론을 개념 틀로 삼아 청와대 홈페이지에 있는 이 대통령의 2009년 2월부터 3년간 라디오·인터넷 연설과 이 기간 백악관 홈페이지에 공개된 오바마 대통령의 주례·타운홀미팅 연설 중 각각 77건을 비교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내세운 주제, 논거, 양면적 논증, 수용자 연관성 등 개념을 현대 정치연설에 들어맞게 재해석한 뒤 수용자의 저항성을 최소화하는 설득 방법으로 ‘방어적 설득’이라는 개념을 내세워 두 대통령의 연설이 이 개념에 얼마나 들어맞는지 분석했다.
연구 결과 오바마 대통령은 공공적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주제를 던진 연설이 69건(89.6%)으로 이 대통령(29건·37.7%)보다 눈에 띄게 많아 수용자로부터 연설의 의의를 인정받는 데 더 성공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통령의 연설 중 나머지 62.3%는 비논쟁적 주제를 제시하고 정해진 틀에 따라 문단을 배열하면서 치적과 시책 홍보에 치중, 청중을 연설의 중심이 아니라 ‘정부 시책의 수혜자’라는 수동적 위치에 두는 경향이 강했다고 허씨는 설명했다.
연설문당 평균을 측정해 봐도 이 대통령은 자신의 치적을 내세워 주장을 입증하는 방식에 보통 11.4%를 할애했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그 비중이 5.9% 정도였다.
법률안이나 예산안 등의 통과를 촉구하고 주제의 시급성을 부각하는 차원에서 ‘의회’를 언급한 연설도 오바마 대통령이 36건(46.8%)인 반면 이 대통령은 5건(6.5%)에 불과했다.
주제에 대한 객관적 논거를 제시하는 ‘정보적 서술’의 비중도 이 대통령이 평균 51.5%였으나 오바마 대통령은 63.0%여서 논증의 개연성을 높이고 수용자의 저항감을 줄이는 측면이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조사됐다.
자신의 주장에 대한 반론을 소개하는 ‘양면 논증’이 나타난 연설도 이 대통령은 13건(16.9%)뿐인 반면 오바마 대통령은 36건(46.8%)으로 3배 가까이 돼 ‘자기 할 말만 한다’는 느낌을 수용자에게 덜 주는 것으로 분석됐다.
허씨는 연구 결과 이 대통령의 연설에서 논거에 비해 주장의 비중이 크고 ‘치적 홍보 도식’이 두드러진 나머지 “무성의하고 관료주의적이며 현실과 괴리된 내용으로 수용자에게 평가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대통령의 언어는 자신뿐 아니라 그 나라 지도자 집단의 사고 깊이, 신념, 국민에 대한 태도의 반영”이라며 “정치 수사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변화 모색 없이 대통령제와 민주주의의 질적 성숙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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