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 후 테이프로 얼굴 결박, 살인의도 인정될까

납치 후 테이프로 얼굴 결박, 살인의도 인정될까

입력 2013-02-27 00:00
수정 2013-02-27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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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심 불타 회사부하 살해…대법 “피고인 진술 다시 판단하라”

유부남인 A씨는 2011년 가을 무렵부터 회사 동료 여성과 사귀었다.

그런데 몇 달 후 동료가 갑자기 자신을 멀리하기 시작했다. 이유를 알아보니 자신의 부하인 B씨가 그 여성과 사귀기 시작한 것이었다.

질투심에 불타 앙갚음하리라 벼르던 A씨는 지난해 2월 회사 주차장에서 B씨를 납치했다.

B씨가 주차장에서 자기 차에 타려는 순간 차 안으로 뒤따라 들어가 그를 결박하고 얼굴에 테이프를 칭칭 감았다.

화를 참지 못한 A씨는 B씨를 마구 때려 죽음에 이르게 했고 B씨가 죽고 난 뒤 차에 불을 질러 시신을 훼손하기까지 했다.

A씨는 B씨의 신용카드를 빼앗아 현금서비스를 받은 뒤 사귀던 여성에게 줄 선물을 사는가 하면 B씨 유족에게는 부조금을 내기도 했다.

1심 재판부는 “비난할 만한 동기에서 비롯돼 피해자의 생명을 앗아간 중대 범죄를 저질렀고 피해자에게서 강탈한 현금을 유족에게 부조하는 행위는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이해하기 어려운 인면수심의 행동”이라며 A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에서는 형량이 징역 9년으로 확 낮아졌다.

A씨에게 사람을 살해하려는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2심 재판부는 A씨에게 검찰이 적용한 죄목인 강도살인이 아니라 강도치사죄를 적용했다.

A씨가 B씨와 차량 뒷자석에서 뒤엉켰는데 좁은 공간에서 성인 두 명이 있었다면 치명상을 입히기 어렵다는 점과 A씨가 테이프로 피해자의 얼굴을 감을 때 숨을 쉴 수 있도록 콧구멍 부분은 감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그러나 이 같은 2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환송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부검감정서에 따른 피해자의 사인이 질식사인데 원심에서는 숨을 쉴 수 있도록 코 부분을 감지 않았다는 피고인 진술을 제대로 살피지 않았으니 다시 심리하라”고 판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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