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출신 변호사” “미혼의 은행원” 두 남자의 사기 결혼

“서울대 출신 변호사” “미혼의 은행원” 두 남자의 사기 결혼

입력 2013-03-13 00:00
수정 2013-03-13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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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법대 출신의 변호사를 사칭한 무직자, 미혼의 은행원 행세를 한 유부남 등 결혼 사기범이 잇따라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12일 정모(39)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정씨는 지난해 4월부터 최근까지 인터넷 채팅을 통해 만난 여성 3명을 상대로 자신을 변호사라고 속이며 결혼하자고 꼬드겨 예물 및 호텔 예식장 계약금 등의 명목으로 1억 37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정씨는 본명을 숨긴 채 실제 인물인 변호사 A씨를 사칭하고 다녔다. 서울대 법대를 나와 사법시험에 합격한 검사 출신 변호사 A씨의 학력, 경력 등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파악한 것이었다. 고졸 학력인 정씨는 이제껏 한번도 제대로 된 직업을 가진 적이 없었다. 정씨는 주로 법원, 검찰청 등이 있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 인근에서 약속을 잡았고 동시에 여러 여성을 만나면서 “재판 중인 사건 때문에 출장을 가야 한다”고 둘러댔다.

30대 초·중반의 피해자들뿐 아니라 피해자 가족들까지 정씨를 철석같이 믿어 집으로 초대해 식사 대접을 하고 결혼 승낙을 했다. 정씨는 한 피해자에게서는 3300만원짜리 자동차와 2300만원짜리 예물시계 등의 혼수와 품위 유지비 등의 명목으로 약 9700만원을 받아 챙겼다.

경찰은 “변호사 A씨를 아는 한 지인이 피해자에게 귀띔해 주면서 정씨의 사기 행각이 발각됐다”면서 “정씨는 2008년에도 검사를 사칭해 상습 사기 혐의로 감옥에 갔고 출소 후에도 같은 범죄를 저질러 2011년 6월부터 지명수배된 상태였다”고 말했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이날 은행원을 사칭해 결혼 뒤 돈을 챙긴 김모(29)씨에 대해 사기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무직인 김씨는 2011년 4월 술자리에서 만난 간호사 B(30·여)씨에게 유명 시중 은행에 다니는 것처럼 행세해 결혼한 뒤 아파트 중도금 명목 등으로 6450만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2008년에 결혼해 지방에 본처는 물론 5살 난 아들까지 둔 유부남이었다. 그는 가족들에게는 “서울에 있는 회사에 취직했다”고 속인 뒤 상경해 B씨와 결혼식을 올리고 서울 양천구에 신혼집을 차렸다. 김씨는 인터넷 명함 제작업체를 통해 해당 은행 명함을 만들어 가지고 다녔으며 결혼식에는 가짜 부모 등 하객 60여명을 동원했다. 스스로 은행 명의로 된 축하 화환도 갖다 놓았다.

결혼식에서 아버지 역할을 한 김모(73)씨는 “김씨가 부모가 반대하는 결혼을 하게 됐다고 해 일당 15만원에 상견례와 결혼식에 참석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김씨의 사기행각은 지난달 16일 본처가 B씨와의 신혼집으로 찾아오면서 덜미가 잡혔다. 경찰은 “당시 임신 9개월째였던 피해자가 충격으로 예정보다 한 달 일찍 출산해 현재 치료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2013-03-1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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