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학생인권옹호관 상담 사례로 본 학생인권 침해
“역할극을 하는데 선생님이 여학생은 간호사만 시켜요. 나도 의사하고 싶은데…”경기도교육청이 임용해 2011년 9월부터 활동 중인 3명의 학생인권옹호관이 ‘경기도학생인권조례’를 근거로 한 대표적인 학생인권 침해 상담 사례 40여건을 묶어 조만간 책자로 발간할 예정이다.
주요 사례를 보면 A학생은 “우리 반에서 직업에 관한 역할극을 하는데 선생님이 의사는 남학생만 시키고 여학생은 간호사만 시킨다”며 “여학생인 나는 의사역할을 할 수 없나요?”라고 인권옹호관에게 물었다.
옹호관은 “전통적 사고에 기반을 두고 남녀 학생을 분리 교육하는 것은 차별 의식을 심어줄 수 있다”며 역할극에서 공평한 기회를 주도록 해당 학교에 권고했다.
B학생은 몇 번 지각과 실내화 미착용 등으로 벌점이 누적돼 교내봉사 처분을 받았다. 이 학생은 이 때문에 친구들의 추천에도 학급 반장 후보가 될 수 없었다.
인권옹호관은 “징계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학생대표 자격을 제한하는 것은 부당한 차별이고 학생인권조례 위반”이라고 결정했다.
한 학교에 최신식 시설을 갖춘 정독실을 운영했다. 그런데 이곳에는 1등에서 50등 사이의 학생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C학생은 “나도 열심히 공부할 자신이 있는데 성적에 밀려 추운 교실에서 야간자율학습을 할 수밖에 없다. 사기가 꺾인다”고 옹호관에게 불만을 토로했다.
옹호관은 성적이 정독실 이용의 유일한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 뒤 성적이 우수한 학생,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학생, 열심히 공부할 준비가 된 학생들을 담임교사 추천을 받아 추첨으로 정독실 이용자를 선정하도록 시정 권고했다.
쉬는 시간이 5분밖에 안 돼 화장실에 가기도 힘들다는 초등학교 5학년 D학생의 상담도 눈에 띈다.
옹호관은 “학생들에게 신체적·정신적 휴식이 최소한 보장될 수 있도록 조치하라”고 학교에 주문했다.
한 학부모는 “고교 2학년 아들이 흡연 등 교칙 위반을 이유로 아침 등교 후 5교시까지 수업에 들어가지 못하고 생활인권부에서 조사를 받았다”며 “아이의 잘 못은 알지만 중간고사를 앞두고 거의 온종일 수업에 들어가지 못하게 한 것은 부당한 조치 아니냐?”고 따졌다.
이 사안에 대해 옹호관은 ‘학생의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규정하고 학교장에게 수업 결손에 대한 보충계획 및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도록 권고했다.
”체벌을 금지한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학생지도가 너무 어렵다”는 한 중학교 교사 상담에 대해서는 “학생인권조례는 국제인권규범에 부합하는 자치규범이다. 부당한 방법으로 권리만을 주장하는 학생에 대해서는 학교생활인권규정에 따라 지도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밖에 학생인권옹호관과 상담 내용에는 ‘감기 몸살로 보건실에 가려는데 선생님이 볼에 뽀뽀를 해주면 보내주겠다고 했다’, ‘교복치마 길이를 검사한다며 여학생의 다리를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방과후 교내 음악회에 참석하라고 했다’, ‘잘못이 없는데 수업 중 복장검사를 받아야 했다’, ‘나도 비밀이 있는데 매주 일기장 검사를 한다’, ‘조회시간에 교장선생님이 기도하라고 한다’ 등도 포함돼 있다.
옹호관들은 각 사례에 대해 학생인권조례를 근거로 해당 교사 징계위 회부, 시정권고 등 조치했다.
학생인권옹호관들은 2011년 9월부터 지난 1월 말까지 17개월 동안 학생과 학부모, 교사를 상대로 모두 1천828건을 상담한 것으로 집계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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