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학생 故 권승민군 아버지 “가슴에 피멍”

대구 중학생 故 권승민군 아버지 “가슴에 피멍”

입력 2013-03-13 00:00
수정 2013-03-13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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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12월 학교폭력으로 투신자살한 대구 중학생 故 권승민(당시 14살)군의 아버지 권구익(50)씨는 경산 고교생 자살 소식에 “가슴에 피멍이 든 것 같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권씨는 “어린 학생이 또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들으니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온다”면서 “피멍 든 가슴이 주먹으로 한 대 더 쥐어박히는 아픔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특히 “교육당국이 대책을 세운다지만 문제는 교사나 학부모들의 의식”이라면서 “가해자나 피해자 탓을 하기보다 사회와 학교의 구조적 문제인 만큼 어른들이 각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교 교사를 지내다가 생때같은 둘째 아들을 잃고 작년 9월 명예퇴직한 그는 “3월은 특히 상급학교로 진학한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시기”라며 “한 반에 많아야 30명 정도 밖에 안 되니 적어도 3월 한 달 내내 생활지도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달부터 금요일마다 교육방송(EBS) 라디오 심야 프로그램인 ‘경청’을 진행하고 있다.

학교 폭력 등 여러가지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하소연할 데 없는 청소년들의 얘기를 직접 들어주는 프로그램으로 방송국측의 간곡한 요청을 수락한 뒤 이달부터 매주 한 차례 서울과 대구를 오가고 있다.

아들이 세상을 등지고 4개월이 지난 작년 4월 경북 영주에서 역시 친구들의 괴롭힘에 못 이겨 목숨을 끊은 이모(14)군의 부모와도 자식 잃은 아픔을 나누며 안부를 주고받고 있다고 했다.

권씨는 “아이들 입장에서보면 자신들은 심각한데 주위 사람들이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면서 어려운 처지에서 속앓이하는 청소년들에게 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 줄 것을 당부했다.

권씨 가족은 아직까지도 아들과 동생을 잃은 슬픔에 눈시울을 적시는 일이 다반사다.

일 주일에 한 번 찾던 납골당을 한 달에 한 번 가는 걸로 줄여도 봤지만 해맑게 웃던 아들의 모습은 갈수록 더 또렷해질 뿐이다.

올해 고 3이 돼 입시 준비 중인 권 군의 형(18)은 부모님처럼 교사가 되거나 죽은 동생이 꿈꿨던 검사가 되기 위해 학업에 정진하고 있다.

권씨는 “이번에 목숨을 버린 학생이 승민이 또래인 것 같아 더 가슴이 아프다”면서 “승민이가 잠든 곳에서 함께 영면에 들어갔다고 하는데 부디 천국에서 편안하게 지내길 기원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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