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비이성적 폭력의 재발 막아야”
북한에 기밀을 누설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 등)로 10년 가까이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가 재심에서 무죄가 확정된 80세 피고인에 대해 법원이 국가의 과거 불법 행위를 질타하며 고액 배상 판결을 내렸다.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장준현 부장판사)는 고창표(80)씨와 그의 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에게 총 18억여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1일 밝혔다.
재판부는 “안기부 수사관이 고씨를 체포·구속할 때 적법절차를 지키지 않았고 수사과정에서도 폭행·고문으로 증거를 조작했다”며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국가가 가해자가 돼 고씨의 신체와 자유를 위법하게 침해했으므로 고씨와 정신적 고통을 입은 가족들에게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특히 당시 수사관의 행위는 조직적·의도적으로 인권침해를 자행한 특수하고 중대한 불법행위”라며 “불법구금부터 재심 무죄선고까지 약 29년간 고씨와 가족들이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울 극심한 고통을 겪었음이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시는 잘못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 향후 법치주의나 법의 지배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비이성적인 폭력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고 위자료 산정 근거를 설명했다.
고씨는 재일교포인 친척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가 재일 북한 공작원에게 육군사관학교 관련 기밀을 누설한 혐의로 1985년 대법원에서 징역 15년과 자격정지 15년의 형을 선고받았고, 이후 1993년 가석방될 때까지 10년 가까이 복역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2009년 “고씨가 수사기록상으로도 최소 16일간 불법 구금됐다”며 진상 규명 결정을 했고, 작년 11월 대법원은 고씨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내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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