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기금에 고객 뺏길라” 개인회생 호객하는 로펌

“행복기금에 고객 뺏길라” 개인회생 호객하는 로펌

입력 2013-04-08 00:00
수정 2013-04-08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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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당 120만원이상 수입 챙기던 회생·파산 전문 변호사들 “행복기금 탈락땐 회생 힘들다”

국민행복기금 채무조정 신청 개시가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일부 법무법인(로펌)들이 지나친 개인회생 호객행위에 나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상당수가 “행복기금 접수가 시작되면 개인회생 판정이 까다로워질 수 있다”며 채무자들에게 개인회생 신청을 부추기고 있다.

개인회생·파산 업무를 전문으로 하는 H법률사무소는 7일 인터넷 홈페이지에 “개인회생은 행복기금보다 강력한 구제제도라는 것을 채무자들이 명심해야 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띄웠다. 이어 “행복기금은 채무 감면율이 최고 50%지만 개인회생은 90%까지 면책받는다”면서 “행복기금은 6개월 이상 연체해야 하지만 개인회생은 3개월만 이자를 안 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일부 로펌은 잘못된 정보로 채무자를 유혹하기도 한다. ‘행복기금 운영 기간에는 개인회생 판정을 받기 어려워진다’, ‘행복기금 신청에서 탈락하면 개인회생도 받지 못한다’ 등의 광고 문구다. J법률사무소는 “행복기금이 본격 시행되면 개인회생 허가 조건이 더 까다로워질 것으로 예측된다”며 “하루빨리 개인회생으로 채무의 고통에서 벗어나 새로운 인생을 다시 시작하는 게 좋다”고 선전했다. 한 로펌 변호사는 “개인회생 신청은 건당 120만원 이상의 수입을 얻는다”면서 “개인회생·파산·면책 전담 로펌들이 행복기금 접수가 시작되면 고객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허위·과장 광고나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개인회생 신청 채무자는 올 들어 2월까지 1만 686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 3710명)에 비해 이미 23.0%가 증가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행복기금이 출범한 지난달부터 중소형 로펌을 중심으로 앞다퉈 개인회생과 행복기금을 비교, 상담하는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개인회생 신청 유도가 급증했다고 법조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현재 ‘1397 서민금융 콜센터’에는 행복기금 관련 문의가 하루 평균 6000~7000통씩 들어와 상담 인력을 늘려야 할 판이다.

개인회생은 연체 기간에 관계없이 담보채무는 10억원 이하, 무담보채무는 5억원 이하를 대상으로 원금의 90%까지 감면해 준다. 감면받고 남은 채무도 통상 5년간 갚으면 면책되며 사채까지 채무조정 대상에 포함된다. 행복기금은 올해 2월 말 기준으로 6개월 이상 연체한 1억원 이하 채무에 한정되는 데다 감면율이 최고 50%다. 남은 금액은 10년에 걸쳐 나눠 갚아야 하고 금융회사와 대부업체 채무만 조정받는다.

그러나 행복기금은 2년이 지나면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있지만 개인회생은 5년간 ‘관리 대상자’ 기록이 남아 각종 불이익을 받는다. 신청 절차도 개인회생이 더 복잡하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개인회생의 경우 사채까지 면책 판정을 받는 것은 맞지만 이는 단순히 서류상 법적 효과를 의미할 뿐이지 불법 사채업자로부터 완벽하게 보호받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로펌들이 돈벌이를 위해 개인회생의 좋은 점만 강조하고 불리한 점은 숨기며 채무자를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2013-04-08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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