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재판부 ‘자작극’ 결론…피고인 ‘무죄’ 주장, 2심 판결 관심
‘이혼 과정에 유리한 자료를 얻으려 자작극을 모의하고 사실이 발각되자 무고하는 등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지난해 11월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이 간통과 무고 등 혐의를 인정, 징역 2년의 중형을 선고한 A(49·여)씨에 대한 판결 취지다.
A씨는 1심 판결 후 법정 구속돼 현재 의정부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그러나 A씨는 억울함을 강하게 호소하고 있다. 무죄를 강변하며 자신은 오히려 납치 및 성폭행 피해자임을 주장하고 있다.
이 사건은 A씨 항소로 현재 의정부지법에서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 사건은 A씨가 아들뻘인 B씨와 수차례 성관계를 하고 이혼 때 위자료를 많이 받기 위해 거짓 성폭행 동영상 찍었느냐, 아니면 전혀 만난 적이 없는 B씨 등 2명에게 납치돼 성폭행을 당한 것이냐가 쟁점이다.
◇ 사건의 발단
A씨는 2011년 10월 19일 오전 0시께 차를 운전해 혼자 귀가하던 중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자신의 집 앞에서 B(29)씨의 승용차와 접촉사고가 났다.
사고 직후 A씨는 B씨, 동승자인 C씨 등 2명과 함께 자신의 승용차를 타고 임진강변으로 이동, 오전 1∼2시 나체 사진과 성관계 장면을 연상케 하는 동영상을 촬영했다.
B씨는 출소 한 달 만인 9월 초 A씨 남편 D씨의 조카 E씨로부터 A씨의 불륜 장면을 촬영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A씨를 미행한 인물이다. B씨는 E씨와 동네 선후배 사이로. C씨는 E씨의 공장 직원으로 각각 밝혀졌다.
사건의 발단이 된 이 동영상은 A씨와 B씨가 성관계를 하는 듯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알몸 상태의 모습과 소리만 있을 뿐 성관계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B씨의 휴대전화로 촬영한 이 동영상은 B씨가 동영상을 E씨에게 보여준 뒤 휴대전화를 고의로 파손, 4∼5분 분량만 남아있다.
E씨를 통해 동영상 존재를 알게 된 남편 D씨는 며칠 뒤 A씨와 B씨를 간통 혐의로 고소하고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수십억 재산가로 평소 A씨와 부부관계가 원만하지 않던 D씨는 2010년 7월 이혼소송을 제기, 곧바로 취하한 바 있다. 아내의 불륜을 의심하며 조카 E씨에게 A씨를 미행하게 한 것도 D씨다.
A씨는 남편으로부터 간통 혐의로 고소되자 12월 7일 B씨를 납치, 감금 등 혐의로 고소했다.
◇ 경찰조사에서 1심 판결까지 = 남편 D씨의 고소로 A씨와 B씨는 경찰과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B씨는 2011년 9월 20일 A씨를 처음 만나 미행사실을 고백했다고 진술했다.
이후 가까운 사이가 돼 2011년 9월 30일과 10월 4∼5일께, 접촉사고가 나고 동영상이 촬영된 10월 19일 3차례 성관계를 했다고 진술했다.
B씨는 동영상 촬영에 대해 10월 13일께 A씨가 ‘자신을 납치, 성폭행을 하는 듯한 동영상을 촬영해 경찰에서 남편이 시킨 일이라고 진술, 이혼소송에 유리한 입장이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하는 등 사전 모의해 이뤄졌다고 진술했다.
B씨가 A씨와의 간통 혐의는 물론 성폭행 동영상이 자자극이었음을 인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A씨와 B씨는 모두 불구속 기소돼 법정에 서게 됐다.
1심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여 범행을 부인한 A씨에게는 징역 2년을, 혐의를 인정한 B씨에게는 징역 10월을 각각 선고, 법정구속했다.
◇ A씨 ‘억울하다’ 반론
A씨는 성폭행 동영상이 촬영된 10월 19일 B씨를 처음 봤다고 항변하고 있다.
B씨가 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한 9월 30일과 10월 4∼5일 B씨와 만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10월 19일도 접촉 사고 후 B씨와 C씨에게 납치돼 강요에 의해 성추행 당하는 모습이 동영상으로 촬영된 것 뿐 성관계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A씨는 그 증거로 B씨가 성관계를 했다고 한 9월 30일 오후 8∼9시 B씨가 계속 이동 중이었으며, 10월 4∼5일 오후 8∼9시에도 성관계 장소인 고양의 한 모텔과 거리가 먼 파주에 있었다는 것을 입증할 B씨의 휴대전화 통화기록을 제시했다.
A씨는 또 9월 30일 오후 지인 2명과 안면도로 여행을 떠났으며 두드러기가 나 다음날 오전 5시 30분께 서산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고, 10월 4∼5일에는 오후 9시까지 아이 돌보는 일을 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10월 18일 오후 3시부터 납치되기 전까지 9시간 동안 B씨와 남편의 조카 E씨가 7차례 통화한 기록도 있다며 자신은 피해자임을 하소연했다.
그러나 경찰과 검찰, 1심 재판부 모두 A씨의 주장보다는 B씨의 진술에 무게를 뒀다.
2심 재판부는 오는 12일 결심공판을 한 뒤 이달 중 판결할 방침이다.
A씨가 돈에 눈이 멀어 자작극을 꾸민 것인지 누명을 쓴 것인지 진실 판단이 관심을 끌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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