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살해사건 “대낮 학교 주변에서 이런 일이…”

초등생 살해사건 “대낮 학교 주변에서 이런 일이…”

입력 2013-04-11 00:00
수정 2013-04-11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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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서 500m 떨어진 논에서 살해 암매장

지적장애 초등학생이 동네 중학생 오빠에게 살해된 뒤 암매장당한 사건이 발생하자 지역 주민들이 충격에 빠졌다.

인천 모 중학교 3학년 A(16)군이 인근 초등학교 5학년 B(12)양을 만난 것은 지난 10일 오후 2시 50분.

가슴이 아프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조퇴한 A군은 B양 학교 앞에서 B양을 만났다. 그는 방과 후 귀가 중인 B양에게 “공놀이를 하러 가자”며 접근했다.

A군과 B양은 수년 전 같은 초등학교에 다닐 당시 특수학급에 함께 편성돼 알고 지내는 사이였다. A군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가 있고 B양은 지적장애 등급 3급이다.

A군은 B양 학교에서 200m 떨어진 상가건물 2층으로 B양을 데려간 뒤 성폭행을 기도했다. 이 건물 1층은 금융기관이 입주해 있지만 2층과 3층은 사무실이 비어 있었다. A군이 이런 사정을 알고 미리 범행장소로 택했을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B양은 A군의 성폭행 시도에 완강히 저항했다. 성폭행을 포기한 A군은 이번에는 “흙놀이를 하러 가자”며 B양을 유인했다.

A군은 인근 공구점에서 야전삽을 산 뒤 B양 학교에서 500m가량 떨어진 논으로 B양을 데려갔다.

A군은 삽으로 구덩이를 파고 B양을 눕게 한 뒤 얼굴에 덮은 가방을 엉덩이로 깔고 앉았다. 숨이 막힌 B양은 A군을 밀어내려 발버둥쳤지만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다.

A군은 그 자리에서 B양을 땅에 묻은 뒤 오후 6시40분께 인근 병원 응급실로 가 “가슴이 아프다”며 치료를 받았다. A군의 할머니는 뒤늦게 병원에 도착, 입원 동의서를 작성하고 A군을 입원시켰지만 범행 사실은 모르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것은 오후 7시 20분께 B양의 언니가 “동생이 집에 오지 않았다”며 가출인 신고를 하면서부터다.

경찰은 학교 주변 폐쇄회로(CC)TV를 분석, A군의 신원을 확인하고 주변 탐문 수사 끝에 11일 오전 4시 30분께 병원에 입원해 있던 A군을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A군으로부터 범행 일체를 자백받고 이날 오전 5시께 암매장 장소에서 B양의 시신을 찾았다.

A군이 B양을 살해한 정확한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다. A군은 다만 경찰에서 “흙놀이를 하던 중 B양이 반말로 말해 순간 화가 나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군이 논에서는 성폭행 시도가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거짓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수사 중이다.

A군처럼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를 겪는 학생은 반응을 억제하기 어려운 충동성을 지닌 경향이 있다. 분노를 통제하지 못하고 부적절한 행동을 그대로 표출하기도 한다.

사건이 발생한 지역의 주민들은 대낮에, 그것도 학교 인근에서 이런 끔찍한 일이 발생한 데 대해 충격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건 소식을 듣고 불안한 마음에 이날 오후 학생들을 직접 데리러 간 학부모들은 이 지역의 치안이 평소에도 열악했다며 경찰이 순찰활동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부모 최모(36·여)씨는 “학교 주변에 공터, 빈집, 공사장이 너무 많아 늘 불안했는데 이번 일이 터져 불안감이 더욱 커졌다”며 “학교 측이나 경찰이 더 많은 관심을 지니고 아이들의 안전을 지켜줘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찰도 장애인 성폭력 예방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재점검,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커지고 있다.

인천경찰청은 지난달 인천 7개 장애인단체와 ‘장애인 성폭력 대책협의회’를 발족, 지적장애인이 거주하는 집과 장애인시설을 돌며 성폭력 예방교육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부모가 없고 지적장애등급이 높은 ‘고위험군’ 장애인에 대한 정보는 개인정보 공개를 둘러싼 논란으로 현재까지도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이 완전히 공유하지 못하고 있다.

인천경찰청이 지난 2월 발족한 학교전담 경찰관 제도도 보완이 시급하다.

인천지역에 초중고교가 495개에 이르지만 인천경찰청의 학교 전담 경찰관은 30명에 불과하다. 경찰관 1명 당 16∼17개의 학교를 담당하고 있어 ‘전담’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장애인 성폭력 예방을 위한 민관 합동 노력이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예방 시스템을 재점검할 것”이라며 “범죄 취약 지역에 대해서는 순찰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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