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출입사무소 스케치
29일 늦은 밤 경기 파주시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CIQ) 앞. 하루종일 개성공단 근로자들의 귀환을 기다리던 일부 가족과 입주업체 임직원들은 깜깜한 북쪽 하늘만 하염없이 쳐다보고 있었다.남북 실무협의에서 미해결된 북측 근로자의 미수금 정산(定算)문제로 7명의 근로자들이 북한에 발이 묶여 남쪽으로 내려오지 못하자 이들은 애간장이 녹아내렸다. 6시간 동안 넘게 기다렸다는 의류업체 직원 김모(46)씨는 “직원들의 신변 안전은 제대로 보장되는 모르겠다”면서 “내일이라도 협의가 잘 마무리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시간에 걸친 남북실무협의 끝에 자정을 넘겨 43명의 근로자만 남쪽 땅을 밟았다. 이날 귀환이 예정된 근로자는 당초 50명으로, 남아 있는 전원이었다. 지난 27일 근로자 126명을 귀환시킨 데 이은 마지막 귀환 절차였다.
당초 오후 5시로 예정됐던 귀환이 계속 연기돼 날이 어두컴컴해질 때까지 별다른 진전이 없자 마중나온 50~60명의 얼굴에는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 한국제지의 한 임원은 “개성공단에 남아 있던 직원들이 나머지 짐을 실어서 내려오기로 했는데 감감무소식”이라면서 “지금 여기에 있는 사람 모두가 불안한 심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개성공단에 입주하고 있는 한 섬유업체의 직원인 정모(51)씨도 “실무협의를 하고 있느라 승인이 안 떨어졌다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걱정이 깊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나마 일부라도 돌아와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마중나온 사람들 가운데는 지난 27일에 내려온 1차 귀환자도 있었다. 섬유업체 직원 홍모(56)씨는 “현재 개성공단에 있는 사람들과 연락이 안 돼 마냥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면서 “그쪽에서 어떤 상태로 출경 대기를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는데 저녁밥이나 제대로 먹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협상이 난항을 겪는 상황에 오히려 희망을 거는 사람도 있었다. 주방용품 업체 소노코쿠진웨어 김석철(66) 대표는 “북한이 시간을 끌면서 실무협의를 하고 있는 건 개성공단에 미련이 있다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늦어지는 걸 너무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고 자위했다.
북한근로자의 임금 지급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자 신발업체 직원 김모(56)씨는 “북한 근로자 한 달 임금은 135달러 정도”라면서 “우리가 북한에 놓고 온 시설과 물건들을 돈으로 환산하면 임금에 대한 문제제기는 꼬투리 잡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2013-04-3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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