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윤대진 부장검사)는 21일 오전 CJ그룹 본사와 제일제당센터, 경영연구소, 임직원 자택 등 5∼6곳을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이번 압수수색은 통상의 대기업 수사에서 여러 사업장을 샅샅이 뒤지는 방법을 동원하는 방식과 달리 ‘재무 부문’에 국한됐다는 점이 두드러진 특징이다.
검찰은 또 최고 의사결정 과정을 파악하기 위해 기업 본사와 경영연구소를 압수수색했다. 자금 관련 임직원의 자택도 포함됐다. ‘불필요한 대상’은 아예 대상에서 빠진 셈이다.
이런 점으로 미뤄볼 때 검찰은 그룹 차원에서 구조적인 비자금 조성이 이뤄진 것으로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현 회장을 정점으로 그룹 재무 담당 임직원들이 조직적으로 관여해 비자금을 조성, 관리해 온 게 아니냐는 것이다.
검찰은 CJ그룹이 해외에 법인을 세워놓고 제조나 영업 활동을 하지 않는데도 마치 거래를 하는 것처럼 꾸미는 방법으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CJ그룹이 회사 관계자나 위장기업 명의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정상적인 거래인 것처럼 위장한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해외에 위장기업을 세워 뭉칫돈을 조성하고, 제3자나 위장기업 명의의 차명계좌를 이용하는 방식은 비자금 관리 및 자금세탁의 대표적인 방법이다.
이번 수사와 관련, 2006~2007년 경찰·검찰이 수사했던 CJ그룹의 차명재산 수사 결과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검찰은 당시 이 회사의 전 자금팀장 이모(43)씨를 기소한 바 있다.
이씨는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차명자금을 관리하면서 2006∼2007년 사채업자 박모씨에게 170억원을 대출해주는 등 230억원을 유용하고, 자금 회수가 어려워지자 살인청부를 한 혐의(살인예비 등)로 기소했다.
1심은 이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은 입증이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고 대법원에서 2008년 확정됐다.
그러나 2심 재판부가 선고 당시 “이씨는 자신이 관리하던 자금의 규모가 수천억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며 “ 또 이 회장이 낸 차명재산 관련 세금만도 1천700억원을 상회하는 점에 비춰보면 이 회장의 차명재산은 더 많을 것”이라고 판단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검찰이 수사 중인 서미갤러리의 미술품 거래 의혹과 관련해 CJ측의 미술품 거래와 관련한 불법행위가 드러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검찰이 5년여 만에 다시 CJ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정조준함에 따라 이 회장의 비자금 운용 규모와 그룹의 조직적 관리 실태, 드러나지 않았던 여타 혐의들이 새롭게 밝혀질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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