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정력제는 불법’ 광고에 뿔난 한의사들 패소

‘한방정력제는 불법’ 광고에 뿔난 한의사들 패소

입력 2013-07-14 00:00
수정 2013-07-14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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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불법 발기부전치료제 경고 목적…명예훼손 아냐”

‘한방정력제는 모두 불법’이라는 내용의 공익광고가 한의사들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3부(박평균 부장판사)는 강모씨 등 전국의 한의사 122명이 “명예훼손에 대한 위자료로 1인당 100만원씩 지급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14일 밝혔다.

지난해 11월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문제의 공익광고를 실었다. 불법으로 유통·제조되는 발기부전치료제를 경고하기 위해서였다.

8컷짜리 배너광고는 ‘말하기도 부끄러운데…인터넷에서 몰래 구입해서 한 번 먹어볼까’로 시작해 ‘불법 유통된 한방정력제는 효능을 예측할 수 없고 목숨까지 위험합니다’, ‘의사의 진료에 따라 발기부전치료제는 약국에서 구입 후 복용하세요’ 등의 문구를 담았다.

한의사들은 특히 ‘한방정력제(발기부전치료)는 제조/판매 모두 불법입니다’라는 마지막 컷에 반발했다. 약사법이 한방정력제 조제를 허용하는데도 한의사들이 불법 의약품을 판매하는 듯한 이미지를 심어준다는 것이다.

이 광고는 ‘천연물 신약’의 처방권을 의사에게만 주는 정책을 두고 한의학계와 식약청의 갈등이 깊어진 상황에서 나와 즉각 소송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재판부는 광고의 목적과 전체 맥락에 비춰 한의사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저하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한의사가 조제해 판매하는 한방정력제는 모두 불법’이라는 단정적 표현이 사용되지 않았다”며 “규정을 위반해 제조·판매되는 한방정력제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려는 목적으로 기획된 광고”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제조’와 ‘조제’의 차이를 모르는 일반인이 일부 문구를 한의사들의 주장대로 오인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이런 특수하고 예외적인 상황에만 근거해 광고가 한의사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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