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이 좋아’ 울산 반구대암각화 8월수몰 면해

’가뭄이 좋아’ 울산 반구대암각화 8월수몰 면해

입력 2013-08-18 00:00
수정 2013-08-18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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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 줄이어…울산시 ‘식수난’ 걱정하면서 안도

가뭄 장기화로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사연댐 물이 크게 줄면서 상류에 있는 국보 제285호 반구대암각화가 8월에도 침수되지 않고 온전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울산시민의 상수원인 사연댐에 물이 차지 않아 식수 공급에는 비상이 걸렸지만, 지역 문화계는 최근 침수훼손 논란에 휩싸인 반구대암각화가 올해는 ‘수몰’을 면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18일 반구대암각화 앞 대곡천은 댐 상류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폭 5m 정도의 자연개울로 변해 있었다. 수심은 20∼30㎝에 불과했다.

장마가 닥치는 매년 여름 이맘때 반구대암각화 앞 대곡천의 수심은 7∼8m, 너비 80m 정도로 불어나 암각화가 물에 잠기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반구대암각화는 지난 1965년 사연댐이 축조된 이래 매년 8월 장마 때 댐에 물이 차면 침수돼 이듬해 2월까지 수몰, 훼손이 가속화되는 일이 반복됐다.

반구대암각화가 발견된 1971년 12월 이후 8월에 침수되지 않는 것은 올해가 처음으로 나타났다.

울산지역의 이달 강우량은 3.6㎜에 불과하다. 이 지역 8월의 예년 평균 강우량은 240.3㎜였다.

이 때문에 사연댐의 수위는 지난달 10일 52m에서 최근 50m까지 낮아졌다.

반구대암각화는 사연댐 수위가 53m일 때 하단부에 물에 차기 시작해 수위가 57m가 되면 완전히 잠긴다. 댐의 만수위는 60m다.

사연댐을 관리하는 한국수자원공사 울산권관리단의 한 관계자는 “매년 장마와 태풍 때 집중호우로 사연댐이 만수위인 60m를 기록했다”라며 “보통 8월 장마때 암각화가 물에 잠겼는데 올해는 사정이 다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수위에서 비가 150㎜ 정도 내리면 댐 수위가 암각화가 물에 잠기기 시작하는 53m에 이르고, 350㎜ 정도 내리면 암각화는 완전히 물에 잠길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이달 말까지 울산지역에 비가 내리지 않을 것으로 기상대는 예보하고 있어 당분간 반구대암각화가 침수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상태 반구대포럼 상임대표는 “가뭄 때문이기는 하지만 반구대암각화 보존 측면에서는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방학을 맞은 학생들이 반구대 암각화를 견학할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반구대암각화가 모습을 완전히 드러내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학생과 시민, 외지인의 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

암각화박물관의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 암각화 방문객이 부쩍 늘어났다”라며 “물에 잠기지 않고 제모습을 드러낸 암각화와 아름다운 자연하천으로 변한 대곡천 주변 풍광을 보려는 시민과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다”라고 말했다.

가뭄 땐 물 부족으로 식수공급을 고민해야 하고, 장마 땐 반구대암각화의 침수로 훼손 걱정을 해야 하는 울산시는 일단 암각화가 잠기지 않은데 안도하면서 식수대책을 서두르고 있다.

울산시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우산장수와 부채장수 아들을 둔 어머니의 심정”이라며 “내년 6월에 대곡천에 ‘가변형 투명 물막이’를 완공해 반구대암각화가 장마에도 잠기지 않으면 마음이 편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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