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소지만 해도 처벌 대상
하지만 일부 청소년들은 경찰의 집중 단속을 비웃듯 온라인에 ‘안티 아청법’ 카페를 개설, 단속을 피하는 방법이나 경찰 조사 후기를 공유하고 있다. 이들은 “야한 애니메이션이나 망가는 어떤 의도가 없어도 유행처럼 보는 것인데 처벌을 받는 게 억울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17일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에 따르면 아동·청소년 음란물 집중 단속 기간인 지난 4~9월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을 제작하거나 유포, 소지해 적발된 건수가 2268건(입건 인원 2429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823건(3272명)보다 더 짧은 기간에 24.4% 증가한 것이다.
원칙적으로 아동·청소년으로 표현되는 인물이 등장한 음란물을 내려받기만 해도 처벌 대상이 되면서 일부 청소년들은 온라인에 ‘안티 아청법’, ‘음란물 단속 대책’ 카페 등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회원수 10만명을 웃도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는 ‘아청법 마당’, ‘(경찰서) 다녀온 후기’ 등의 게시판을 만들어 아청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사람들의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고등학생인 한 회원은 “음란물을 올린 이유를 물어보면 포인트를 쌓아서 드라마나 영화를 다운받아 보려고 했다고 대답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조언하는 글을 올렸다.
또 다른 회원은 “성인이 교복을 입고 등장하는 영상을 올렸다가 무죄 판결을 받은 수원지법의 판례를 프린트해서 함께 제출하면 도움이 된다”고 남겼다. 포털사이트에는 아청법의 연관 검색어로 ‘아청법 걸릴 확률’, ‘아청법 집중 단속 기간 연락 오는 시간’ 등이 뜬다.
단속에 걸린 청소년들은 “아동·청소년 음란물의 정의가 너무 넓고 단순 소지 행위로도 처벌해 범법자를 양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6월 부산의 한 경찰서에서 아청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은 고등학교 2학년 A(17)군은 “경찰이 보기에 야한 만화에 나오는 인물이 어린 학생이면 무조건 단속하는 것인가”라면서 “애니메이션이나 망가를 내려받는 것은 친구 사이에 유대감을 갖도록 하는 트렌드나 유행”이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른바 실적 올리기를 위해 집중적으로 단속하지는 않는다”면서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를 위해 대폭 강화된 법에 따라 단속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2013-10-18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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