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2011년 저축銀 비리 때 정·관계 로비
유동천(73) 전 제일저축은행 회장은 2011년 검찰의 저축은행 비리 수사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들에게 전방위 로비를 벌인 사실이 드러나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유 전 회장은 2004년부터 2011년까지 1만여명에 달하는 고객 명의를 도용해 1200억원 상당의 불법 대출을 받아 투자 손실을 메우는 데 사용하고 분식회계와 허위 재무제표를 작성한 혐의로 2011년 10월 구속 기소됐다. 당시 수사가 유 전 회장의 로비 의혹으로 확대되면서 ‘유동천 리스트’가 불거져 나오기 시작했다. 리스트에 거론된 대통령 친인척 및 여야 국회의원 등 10여명이 검찰 조사를 받거나 사법 처리됐다.
가장 먼저 수사선상에 오른 인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촌 처남인 김재홍 전 KT&G 복지재단 이사장이었다. 김 전 이사장은 유 전 회장으로부터 저축은행 정상화를 도와 달라는 청탁과 함께 4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지난해 징역 2년이 확정됐다. 이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의 보좌관 박배수씨도 1억 5000여만원을 건네받은 혐의로 지난 7월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강원 동해가 고향인 유 전 회장의 로비는 평창 출신인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와 동해 출신인 최연희 전 의원, 삼척 출신인 김택기 전 의원 등 주로 고향이 같은 강원 지역 출신 인사들 위주로 이뤄졌다. 이 외에도 정형근 전 의원, 윤진식 의원 등 지역과 여야를 가리지 않고 로비를 벌였다. 재판에 넘겨진 이들은 벌금 500만~800만원을 선고받았다.
고위 경찰 간부로는 유 전 회장의 고교 후배인 이철규 전 경기지방경찰청장이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 전 청장은 유 전 회장으로부터 저축은행 관련 민원 사건이 잘 처리되도록 힘써 달라는 청탁과 함께 34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지만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검찰 몫의 대법관 후보였던 김병화 전 인천지검장이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유 전 회장과의 전화 통화 사실 등 청탁 로비 의혹이 집중 부각되자 후보자직을 사퇴하는 등 리스트의 파문은 한동안 잦아들지 않았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2013-12-0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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