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배경 ‘철도 민영화’…뿌리깊은 ‘불신’이 문제

파업 배경 ‘철도 민영화’…뿌리깊은 ‘불신’이 문제

입력 2013-12-16 00:00
수정 2013-12-16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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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코레일 “’수서發 KTX 자회사’ 민간참여 가능성 완벽 차단” 노조 “분할 민영화 수순…대운하계획과 같은 맥락”

”수서 발(發) KTX 자회사는 민영화 수순” vs “민간참여 가능성 완벽 차단”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철도 파업의 배경이 된 수서 발 KTX 자회사에 대해 노조와 정부·코레일이 각각 갖고 있는 확고한 입장이다.

같은 사안을 놓고 이렇게 시각차가 커 좀체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정부와 코레일은 민간 회사의 참여 가능성을 완벽히 차단해 더는 논란의 여지가 전혀 없다는 것이나 노조는 이를 믿을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노조는 4대강 사업이 절대 대운하를 위한 것이 아니라고 했던 국토부가 결국은 대운하를 추진했던 것으로 밝혀지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철도 민영화’ 논란은 지난 2011년 말 새로 만드는 수서발 KTX 사업 노선을 누가 운영할지 논의하면서 본격화됐다. 2016년 개통하는 수서발 KTX는 서울 수서역에서 출발하는 고속철도 노선이다.

이 노선을 서울의 지하철 9호선처럼 민영화해 경쟁 체제로 가자는 방안이 제시됐지만 코레일 노사는 “(지하철과 달리) 같은 노선을 쓰면서 다른 민간 회사가 참여하는 것은 경쟁이 안 된다”며 “독점권을 잃으면 결국 국민은 운임도 비싸고 서비스도 낮은 철도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며 강력히 반대했다. 시민단체도 이에 가세했다.

이에 박근혜 정부는 “국민의 동의 없는 민영화는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국토부는 대신 코레일 자회사를 설립해 한 지붕 안에서라도 경쟁을 시키는 방안을 내놨다. 지난 6월 국토부가 내놓은 ‘철도산업 발전 방안’의 ‘지주회사제’ 운영 방안이 그것이다.

코레일은 오랜 독점 구조로 17조원에 달하는 만성적 누적 부채에 허덕이고 있다. ‘방만 공기업’의 대표 사례여서 경쟁 체제를 도입해 경영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게 정부 시각이다.

코레일은 이후 ‘수서발 KTX 운영준비단’을 설립했고, 이 과정에서 국토부는 노조의 민영화 논란을 의식해 애초보다 대폭 수정된 자회사 운영방안을 내놓았다.

수서발 KTX 자회사 지분은 코레일이 41%, 공공자금이 59%를 차지하도록 했고, 민간에는 팔지 못하게 돼 있다. 심지어 2016년 이후 코레일이 영업흑자를 내면 10%씩 지분을 늘릴 수 있도록 정관에 명시했다.

이에 따른 수서발 KTX 주식회사 설립은 결국 지난 10일 코레일 이사회에서 의결됐다.

이사회 의결 이후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 이사회 개최 중단 등을 요구하며 지난 9일 총파업에 돌입한 철도노조의 반발은 더 격화됐다. 노조는 여전히 수서발 KTX 자회사가 ‘민영화로 가는 시발점’으로 보고 있다.

노조는 정부와 코레일의 핵심 주장은 지분 일부 조정, 민간매각 금지 정관 명시 등으로 민영화가 아니라는 것인데 이는 그동안 국토부가 추진한 철도민영화 정책 입장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분을 41%로 확대했다’는 것은 연기금 등의 투자가 불확실해진 상황에서 일부 조정한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연기금 투자가 안 될 경우 정부가 투자를 검토한다’는 것은 국토부가 정부 재정부담을 줄이겠다며 경쟁체제를 추진한다는 입장과도 맞지 않기 때문에 민영화 추진을 위한 거짓말 시리즈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특히 민간 매각 금지는 이미 법률적으로 제한할 수 없다는 것이 국정감사 등에서 밝혀진 내용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16일 “정부에서 그동안 누차 민영화 안 한다고 발표했는데도 민영화하지 말라고 파업하는 것은 정부 발표를 신뢰하지 않고 국민 경제에 피해 주는 전혀 명분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 철도전문가는 “서로 입장만 내세우며 한번 밀리면 모든 게 끝이라는 생각을 접고 노사 모두 한발씩 물러나 민영화 논란에 대한 불신의 골부터 해소하는 것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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