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고교·대학가에도 ‘안녕 못하다’ 대자보 등장

대전 고교·대학가에도 ‘안녕 못하다’ 대자보 등장

입력 2013-12-16 00:00
수정 2013-12-16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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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대학선 대자보 훼손되기도

사회 현안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이른바 ‘안녕들 하십니까’란 대자보가 대전지역 대학가와 고교에도 등장했다.

16일 대전시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한국과학기술원(KAIST) 곳곳 게시판에는 ‘학우 여러분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등 제목의 대자보가 나붙었다.

’13학번 새내기’라고 밝힌 필자는 대자보에 ‘철도파업’, ‘국정원 댓글 논란’, ‘무기계약직 청소용역 노동자 처우’ 등을 언급하며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는 말을 믿고 스스로 검열하며 살아왔다”고 썼다.

그는 버나드 쇼를 인용하며 “우리가 자녀에게 정직이 최선이라고 말하기 전 먼저 우리가 세상을 정직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열심히, 정직하게 살아가는 이들을 위해 안녕하지 못함을 못 본 척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태울관, 본관 계단, 학생회관 등에도 “오랫동안 침묵한 결과 모범생이 됐지만, 그 어디에도 나는 없어서 안녕하지 못하다”, “성실한 과학도가 되기 전 올바른 시민이 되지 못할 것 같아 안녕하지 못하다”는 등의 대자보가 나붙었다.

한남대에서는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가 수차례 훼손되기도 했다.

기계공학과 1학년 김근현(22) 씨는 지난 14일 “먹고 살려고 학벌과 스펙 쌓기도 바쁜 비운한 시대에 우리 일이 아니라며 사회 문제를 외면했던 나 자신이 부끄럽다”는 내용의 대자보를 동문 담벼락에 게시했다.

그러나 이 대자보는 1시간 만에 누군가에 의해 훼손됐다.

김씨는 같은 내용의 대자보를 다시 붙였지만, 다음 날 또 손상됐다.

김씨는 “사회에 대한 비판, 불의에 대한 비판, 박근혜 정부와 집권여당에 대해 비판을 하면 종북세력에게 선동 당한 ‘빨갱이’란 낙인이 찍히는 게 싫어서 그동안 입을 다물고 살아왔다”며 이날 새로운 대자보를 게시했다.

그러면서 “철도 민영화는 경쟁력 강화와 국민의 편의가 아닌 정치인들의 사사로운 이익 때문에 시작된 일”이라며 “철도노조의 총파업이 시작되고 수천명이 직위해제 당했는데, 이는 앞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한 회사의 노동자가 될 여러분이 겪을 일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충남대와 대전대 등 대전권 다른 대학에도 ‘안녕들 하십니까’에 화답하는 비슷한 내용의 고백이 이어졌다.

대전 일부 고교에서도 대자보가 등장했다.

서구 소재 한 고교 1학년인 한 학생은 전날 저녁 ‘아니요, 안녕하지 못합니다’라는 대자보를 교내에 부착했다.

대자보에서 “지역 고교생으로 (현안에) 쉽게 공감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으나 곧 창피해졌다”고 운을 뗀 그는 “우리가 모두 상식으로 판단하길 바란다. 약자에게 칼을 겨누는 정부 앞에서 안녕들 하십니까”라고 밝혔다.

이날 학교 측은 대자보를 수거하고서 학생과 보호자를 함께 만나 상담했다고 전했다.

학교 관계자는 “학교 측에 미리 알리지 않고 정치적인 내용을 담은 글을 게재한 것에 대한 절차상의 문제에 대해 알렸다”며 “해당 학생도 담당 교사의 설명과 걱정을 이해하고 잘 마무리된 상태”라고 말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해당 학생에 대한 징계 소문이 도는 것에 대해서는 “사실무근이다.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며 “현재 학교로 항의성 전화가 빗발치고 있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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