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뒷조사 사건 ‘의문의 돈봉투’ 등장

채동욱 뒷조사 사건 ‘의문의 돈봉투’ 등장

입력 2014-01-17 00:00
수정 2014-01-17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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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부 조회 열흘 뒤 70만원 든 봉투 배달…조이제 국장 “물증 만들려고 함정 판 것”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로 지목된 채모(12)군의 개인정보 불법유출 사건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돈봉투’까지 등장해 사건이 복잡한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검찰은 이 돈봉투에 대해 당장 수사를 진행하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혼외아들 보도 이후 청와대와 연락을 주고받은 서울 서초구청 과장급 간부가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 진상 규명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7일 경찰과 서초구청 등에 따르면 조이제(54)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은 지난해 6월21일 현금 70만원(5만원권 14장)과 러닝셔츠가 들어있는 봉투를 배달받고 구청 감사담당관실에 신고했다. 조 국장이 가족관계등록부 업무 담당자를 통해 채군의 가족부를 조회한 지 열흘이 지나 생긴 일이다.

경찰은 서초구청의 한 직원이 등기우편물을 보낸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액수가 적은데다 직무와 관련이 없다고 판단해 지난해 11월 말 내사단계에서 사건을 종결하고 서초구청에 통보했다. 당시만 해도 서초구청에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뒷조사가 이뤄진 사실이 외부로 드러나지 않았다.

조 국장은 봉투를 보낸 직원으로부터 ‘서초구청 감사담당관인 임모 과장이 지시했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받아 지난달 17일 구속영장 실질심사 때 법원에 제출했다.

조 국장은 이날 누군가 자신에게 가족부 불법열람의 책임을 덮어씌우려고 함정을 팠다고 주장했다. 그는 “채동욱 사건과 관계가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돈봉투와 등기표는 내가 가족부를 열람해주고 (그 대가로) 돈을 받았다는 물증으로 활용하려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임 과장은 수사 초기에도 이름이 한 차례 오르내린 바 있다. 그는 혼외아들 의혹이 보도된 다음날인 지난해 9월7일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공문을 받고 채군의 가족부를 조회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20일 서초구청을 압수수색하면서 그의 사무실도 뒤졌지만 공문이라는 정상적인 절차를 밟은 만큼 문제가 없다고 보고 수사대상에서 제외했다.

임 과장이 주목받는 이유는 뒷조사의 배후로 의심을 받는 전·현직 청와대 사정라인과의 인연 때문이다.

그는 2003년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이중희 민정비서관이 일하던 서울지검 특수3부에서 파견근무를 한 적이 있다. 이 때문에 청와대가 개인정보 유출에 개입했다면 임 과장이 연결고리 역할을 했을 거라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검찰은 일단 서초구청의 CCTV를 확보해 6월11일 채군의 가족부가 조회된 직후 구청장실의 응접실에서 국가정보원 정보관(IO) 송모씨에게 전화를 건 인물이 누구인지 확인 중이다. 이런 가운데 불거진 ‘돈봉투 의혹’이 서초구청을 둘러싸고 이뤄진 복잡한 지시·요청 관계를 재구성하는 열쇠가 될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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