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채용 할당’ 술렁
삼성이 지난 15일 서류전형 부활과 총장추천제를 통해 5000명을 추천받겠다는 내용을 담은 인재 채용 개편안을 발표한 데 이어 23일 대학별 총장 추천 할당 인원을 통보하면서 대학 사회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24일 대학들은 사전 협의 없이 대학별 할당 인원을 이메일로 일방적으로 통보한 삼성의 태도에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대학들은 삼성의 일방적인 통보에 불쾌함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수락 여부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예상보다 많은 인원을 배정받은 대학들은 “그동안 우리 대학의 특성화 노력이 인정받은 것”이라는 반응을 보인 반면 적은 인원을 배정받은 대학들은 “삼성이 너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것”이라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서울의 한 사립대학 관계자는 “통보 절차상 굴욕적인 측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삼성이 부여한 학생 채용 기회를 거부하지 못하는 것이 대학가의 현주소”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삼성은 여자대학 등 이공계 규모가 작은 대학에는 인원을 적게 할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근 3년간 동문들의 입사 실적에 따라 할당 규모를 정했다. 교육부나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대학을 평가할 때와는 다르게 지역 안배도 하지 않은 점이 특징적이다. 한 지방 국립대 관계자는 “영남 지역 국립대에는 90~100명씩, 호남 지역 국립대에는 40명씩 배정됐다”면서 “할당 기준이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삼성의 할당 인원에 따라 새롭게 국립대 서열이 매겨지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50명 이상을 할당받은 대학도 걱정이 없진 않았다. 한 사립대 취업센터 측은 “총장 추천을 받는다고 무조건 삼성에 입사하는 것도 아니니 대학 입장에서는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 직무능력적성검사(SSAT) 모의고사 등을 통해 추천자를 선정하게 될 것”이라며 새로운 파행 교육 가능성을 지적했다.
한편 삼성의 개편안 발표 이틀 뒤 “국제적 흐름에 부합하는 삼성그룹의 선도적인 변화”라고 치켜세우며 환영 성명을 냈던 대교협도 머쓱해하는 반응을 보였다. 대교협 관계자는 “대교협과 상의 한마디 없이 삼성이 대학별 할당 인원을 통보해 당혹스럽다”면서 “다음 달 5일 열리는 총장협의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2014-01-2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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