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눈높이 맞춰야”, “높은 윤리의식 수준 상기 사례”
‘황제 노역’ 판결로 비난에 시달리던 장병우 광주지법원장이 사표를 제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 법조계가 충격에 빠졌다.비난 소지가 다분한 재판을 하기도 했지만 능력을 인정받았던 법관을 잃었다는 안타까움이 혼재했다.
이번 일을 국민 법 감정에 맞춰 사법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자성도 나왔다.
중진 A 판사는 “장 법원장의 재판도 물론 소신에 따른 것이었겠지만 높아진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려면 소신으로는 부족하다”며 “시대 흐름의 변화를 못 따라간 한 번의 판결이 결국 발목을 잡지 않았나 생각된다”고 평했다.
30대 B 판사는 장 법원장의 아파트 거래 논란과 관련,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을 고쳐매기만 해도 판사는 비난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며 “판사에게 요구되는 윤리의식 수준을 상기시키는 사례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장 법원장의 불명예 퇴진에 대한 동정론도 나왔다.
C 변호사는 “개인적 인연은 없지만 장 법원장은 닮고 싶은 선배, 나중에 내가 나이 들어 저만큼 됐으면 싶은 선배였다”며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의 판결에 대한 평가를 떠나 불명예스러운 종착을 맞는 모습을 보게 돼 개인적으로 안타깝다”고 착잡해했다.
식지 않는 ‘황제 노역’ 파문으로 지역 법조계에 쏠리는 불신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하소연도 나왔다.
40대 지역법관 D 판사는 “당시 재판의 판단 근거는 분석하려조차 않고 향판제의 폐단을 운운하고 지역법관들을 토착세력과 어울리기나 하는 판사로 매도하는 식의 시선은 옳지 않다”며 “열심히 일하는 판사들의 모습도 부각 좀 해달라”고 기자에게 호소했다.
상처는 받을 만큼 받았으니 법원장의 결단으로 논란이 마무리되도록 기도라도 하겠다고 탄식하는 판사도 있었다.
한편 장 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해온 광주 진보연대의 한 관계자는 “솔직히 의외였다. 기관장으로서 책임을 지려고 한 것은 시민의 요구에 맞는 처신”이라며 “법원장의 사퇴로 흐지부지되지 않고 법원이 제도를 제대로 개선하는지 지속적으로 감시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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