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기초공천 이슈에 가려져 미안…AS 하겠다”朴 “만만찮은 선거…文 도와주면 이길 수 있어”
새정치민주연합의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문재인 의원과 재선에 도전하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12일 한양도성길을 산행하며 지방선거 승리 의지를 다졌다.두 사람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장충체육관부터 백범광장까지 이어지는 한양도성 남산코스를 2시간여 걷고 점심까지 함께하며 서울시정과 선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등산객도 많이 몰려 수십 차례 사진을 찍고 인사했다.
문 의원은 남소문 터 전 전망대에서 “기초선거 무공천 여부 때문에 다른 선거 쟁점을 가려버려서 새누리당 정몽준, 김황식 후보는 조명을 받는데 박 시장은 가려져 미안했다”며 “이젠 선거승리를 위해 함께하면 된다. 도움이 될까 하고 왔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사실 만만치 않은 선거라서 당의 도움이 더 필요하다”며 “서울이 가장 중요한 지역이니 많이 도와주실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머리를 만지며 “가려져도 빛난다”고 농담도 했다.
문 의원은 또 “제가 처음에 박 시장님께 서울시장 출마를 권유했고 이후에 박영선 의원과 단일화하는 과정에도 관여해 일종의 AS 책임을 느낀다”고 답했다.
두 사람은 장충체육관, 남소문 터, 팔각정, 백범광장을 지나는 동안 한양도성 복원과 지방자치 등 다양한 주제를 논의했다.
박 시장은 “행정과 정부의 연속성이 참 중요하다”고 말했고, 문 의원은 “대통령과 대통령 간 이어지는 게 필요한데 이렇게까지 단절되고 연락 한 번 하지 않을지는 몰랐다”고 공감했다.
문 의원은 박 시장이 자치경찰제 등 지방분권에 대해 강조한 데 대해서도 “경찰 수사권을 독립하고 국정원 수사 기능도 되찾는 게 맞다. 경찰이 비대해지면 자치경찰로 빼서 균형을 잡으면 된다. 참여정부 때 확산하려 했는데 다 ‘스톱’됐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산행 후 설렁탕으로 점심을 함께했다.
문 의원은 “오늘은 박 시장을 위한 자리”라며 “박 시장은 복지는 엄청 늘렸고 부채는 크게 줄였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목표로 하는 지방자치의 모델”이라고 치켜세웠다.
박 시장은 “문 의원이 여전히 팬이 많으시더라. 그분들이 저를 지지해준다면 (당선은) 따 놓은 당상”이라고 화답했다.
박 시장은 “역사와 전통을 잘 활용해 서울을 세계 최고 도시로 나아가게 하는 게 시대 이념이고 오늘 한양도성을 걸으면서 (문 의원에게) 설명드렸다”며 “저희들이 함께 잘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문 의원은 ‘(선거기간)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와 함께 다닐 것인가’란 질문에 “필요하다면 그런 자리도 만들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안 대표가 강조한 ‘개혁공천’에 대해서는 “개혁공천이란 것도 우리가 실천으로 보여줄 일이지 개혁공천 해야한다고 말로 너무 논란이 안 됐으면 좋겠다”고 말을 아꼈다.
문 의원은 계속 박 시장을 지지하는 말을 이어갔다.
문 의원은 최근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들이 TV토론을 한 것과 관련 “저와 안 대표가 (대선 야권후보) 단일화할 때도 박근혜 대통령에게 같은 시간을 줬다”며 “박 시장에게도 같은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한 건 지방선거를 앞두고 박 시장을 흠집 내려는 시도”라고 말했고, 박 시장은 “’박원순 제압문건’ 건도 제대로 수사가 안됐다”고 공감했다.
문 의원은 이번 선거에 대해 “박근혜 정권의 불통으로 인한 퇴행들이 굉장하다. 민주주의는 정말 위기에 빠졌다”며 “폭주 기관차에 브레이크 걸어주는 게 이번 선거의 절반은 된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공식 출마선언 시기에 대해 “5월 초순이나 중순”이라며 “시장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는 게 시민들에게 신뢰를 얻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쪽(새누리당)이 굉장히 요란하지만 지난번 TV토론 보니까 (시청률이) 3%로 관심을 못 끌더라”고 덧붙였다.
문 의원은 ‘두 사람이 미래에 경쟁자가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박 시장과 경쟁할 수 있다면 행복하다”며 “그런데 (시장을) 10년 하신다는 거 아니냐”고 농담을 던졌다.
박 시장은 “서울시장을 제대로 해야 한다. 서울시장은 3번 할 수 있으니 앞으로 2번 더 할 수 있다”고 답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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