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참사> 진도∼안산 400㎞ 오가는 ‘착한 다람쥐택시’

<세월호참사> 진도∼안산 400㎞ 오가는 ‘착한 다람쥐택시’

입력 2014-04-27 00:00
수정 2014-04-27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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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개인택시기사 800여명, 유족 상대 24시간 무료 운행

27일 오후 ‘세월호 사고 희생자 임시분향소’가 마련된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안산올림픽기념관 실내체육관 맞은 편 안산유치원 옆 골목 양쪽으로 개인택시 6대가 택시등을 꺼놓은 채 줄지어 늘어섰다.

점심 시간을 이용해 쉬는 차량으로 보였지만 교복을 입은 남학생 2명이 다가오자 운전석에 앉아있던 택시기사는 행선지를 묻고는 이내 이들을 태우고 인근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골목 옆 ‘개인택시 안산시조합’이라고 적힌 현수막 아래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백용호 개인택시안산시조합장은 “안산, 시흥, 수원 등 장례식장 16곳이나 임시분향소를 가는 유족과 학생을 무료로 태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인택시 안산시조합 소속 2천여 명 가운데 800여 명은 사고 다음날인 17일부터 이런 ‘무료운행’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특정 구간을 반복해 오가는 택시를 비꼬는 표현인 ‘다람쥐 택시’가 아닌 일명 ‘착한 다람쥐택시’다.

안산에서는 하루에 20대씩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행하며 추가로 10대가 진도체육관과 팽목항, 목포 등에서 24시간 대기하다가 안산시 상황실에서 연락이 오면 유족을 태워 안산까지 실어나르고 있다.

목포에서 안산은 330여㎞, 진도체육관이나 팽목항에서 안산까지는 400여㎞에 이른다. 각각 4시간과 5시간 정도가 걸리고 유류비와 도로교통비는 13만∼15만원이 들어간다.

백 조합장은 “지역사회에서 이러한 비극이 일어났는데 손 놓고 있을 수 없었다”며 “매일 자원봉사 지원자를 받는데 계속 늘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안산지역 택시업체 5곳이 모인 전국택시산업노동조합 안산지부도 업체당 2대씩 지원받은 택시 10대와 지부 소유 12인승 승합차 2대, 지부장 개인 승용차 등 모두 13대의 차량으로 안산과 인근 지역에서 무료운행에 나섰다.

안산지부 소속 900여명의 택시기사가 돌아가며 하루에 40명씩 주·야간을 나눠 생업을 포기하고 유족들의 편의를 돕고 있다.

8년째 택시를 운전을 하는 허윤선(53)씨는 “조합에서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기에 사흘 전에 신청했는데 신청자가 많아 오늘에서야 나오게 됐다”며 “사납금을 내 돈으로 내더라도 유족들을 도와야지 슬픔을 견딜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택시업체 5곳은 소속 기사들이 하루 영업 이후 회사에 반드시 내야 하는 사납금(납입기준금) 7만3천원을 감면하거나 면제해주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한국자유총연맹 안산시지회도 안산시가 마련한 버스를 타고 진도에서 안산 임시분향소로 올라온 유족들을 승합차로 자택까지 실어나르는 자원봉사활동을 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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