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세례 세월호유족 ‘바티칸서도 아이들 기억해주길’

교황세례 세월호유족 ‘바티칸서도 아이들 기억해주길’

입력 2014-08-17 00:00
수정 2014-08-17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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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에서도 우리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리길 간절히 바라는 아빠의 마음을 조금만 아주 조금만 알아주세요.”

프란치스코 교황에게서 ‘프란치스코’라는 이름으로 직접 세례를 받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족인 이호진(56)씨의 딸 아름씨가 페이스북에 심경을 밝혔다.

17일 오전 9시께 안산 단원고 2학년 고 승현군의 아버지 이호진씨의 페이스북 계정에 ‘2014년 8월 17일. 아빠가 교황님께 세례받은 것에 대해서’라고 시작하는 글이 게재됐다.

이 글은 이날 오전 7시께 주한교황청대사관에서 이씨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세례를 받은 뒤, 이씨의 딸이자 희생된 승현군의 누나인 아름씨가 남긴 글로 알려졌다.

글에서 아름씨는 “단지 우리 아빠는 지금까지 아이들과 남은 실종자들을 위해서 걸어오셨고 어찌하다보니 지금은 교황님께 세례를 받으셨다”며 “교황님께 세례를 받아서라도 아빠의 마음을 치유하고 싶은 그 마음을 조금만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어 “교황님께서 아빠를 기억해 주신다면 바티칸에 돌아가셔도 이 얘기를 해주실거고, 아이들 얘기도 해주실거고, 언젠가는 바티칸에 있는 모든 사람들, 그리고 전 세계 사람들이 우리 아이들을 기억해주는 날이 올거라고 생각한다”며 세월호 참사를 잊지 말아 달라는 뜻을 남겼다.

그러면서 “교황님께 세례를 받는다고 해서 우리의 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아빠가 교황님께 세례를 받은 건 아빠의 개인적인 욕심도 아니고 쉽게 세례를 받으려는 것도 아니다. 아빠가 하는 모든 건 아이들을 하루라도 더 기억하게 하기 위해서다”고 세례를 받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교황 세례를 받은 이 씨는 고 김웅기 군의 아버지 김학일 씨 등으로 구성된 도보 순례단을 꾸려 지난달 8일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십자가를 멘 채 단원고를 출발했고 지난 13일 대전에 도착했다.

이날 진행된 이 씨의 세례는 도보순례를 마친 이씨가 지난 15일 성모승천대축일 미사가 열린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세례를 달라는 요청을 하면서 성사됐다.

세례성사는 이 씨의 딸 아름씨 등이 참석한 가운데 1시간가량 비공개로 진행됐다. 공식 기록상으로는 한국 신자가 교황에게 세례를 받은 것은 25년 만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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