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와 미래 원자로 공동개발 계획 무산

빌 게이츠와 미래 원자로 공동개발 계획 무산

입력 2014-08-29 00:00
수정 2014-08-29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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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연구원 “건설비 분담 문제로 이견”

한국원자력연구원과 빌 게이츠와의 미래 원자로 공동개발 계획이 무산됐다.

29일 한국원자력연구원에 따르면 연구원은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설립한 미국 에너지 벤처기업 ‘테라파워’(TerraPower)사와 공동으로 제4세대 원전 ‘소듐냉각고속로(SFR)’를 개발하기로 했던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기로 했다.

제4세대 원자로인 소듐냉각고속로는 열중성자를 이용하는 경수로와 달리 고속 중성자를 이용해 핵분열을 일으키고, 이 때 발생하는 열을 액체 소듐으로 냉각시켜 만들어진 증기로 전기를 생산하는 원자로이다. 연료를 반복해서 재활용하기 때문에 우라늄 자원을 현재보다 100배나 더 활용할 수 있고 방사성 폐기물의 양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 ‘꿈의 원자로’라 불린다.

양측은 2012년 8월부터 원자력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소듐냉각고속로의 공동 개발을 추진해왔지만, 원자로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협의과정에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 최종 결렬됐다.

테라파워사는 실제 원자로를 건설하는 과정에는 참여하지 않고 공동 설계만 하겠다는 입장을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박원석 원자력연 소듐냉각고속로 개발사업단장은 “원자력 산업은 장치산업이기 때문에 설계보다는 실제 실증을 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 과정에서 막대한 예산이 들어간다”며 “테라파워에서 건설비를 분담하지 않겠다고 해 협의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빌 게이츠 측이 특허만 제공하고 실제 사업에는 참여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원자력연은 이에 따라 제4세대 원전 개발을 위해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인 미국 아르곤국립연구소(ANL)와의 협력에 주력할 방침이다.

연구원은 최근 아르곤국립연구소와 ‘소듐냉각고속로 원형로’의 공동 개발을 위한 기술협력 MOU(업무협약)를 체결한 바 있다.

소듐냉각고속로의 원형로 형태는 원리를 입증하는 실험로에서 나아가 기술을 실증하는 단계로, 경제성 평가를 거치면 상업로로 개발할 수 있다.

양측은 2000년대초부터 소듐냉각고속로 개발을 위한 요소기술들을 공동으로 연구·검증해왔으며, 2012년에는 미국 에너지부(DOE) 장관의 민간기술 사용에 대한 승인을 받아 기술 협력을 진행해오고 있다.

박원석 단장은 “아르곤연구소는 고속로의 뼈대에 해당하는 부분인 금관에 대한 핵심기술을 갖고 있고, 실증데이터를 많이 축적하고 있는 만큼 실질적인 협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원자력연구원은 2028년까지 사용후핵연료에 포함된 고독성 폐기물을 연소하기 위한 150MWe급 용량의 소듐냉각고속로 원형로를 건설한다는 것을 목표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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