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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의 대표적 전통시장인 육거리시장 부근에서 다양한 김 제품을 만들어 파는 박향희(46·여)씨는 억척 기업인이다.12년 전 육거리시장에서 ‘손수레 노점상’을 시작한 박씨는 현재 김자반, 손 구이 김, 소금, 기름 등을 생산하는 한백식품㈜ 대표이사 직함을 갖고 있다.
대형마트와 시장, 상가 등에서 86개의 매장도 운영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2017년까지 97억원을 투자해 괴산군 청안면 금신리에 공장을 짓기로 충북도·괴산군과 협약을 체결했다.
지금은 어엿한 여성 기업인으로 성공했지만 박 대표의 삶은 고단의 연속이었다.
그가 김을 구워 팔기 시작한 것은 남편이 사업에 실패한 2002년부터다. 3억원이 훌쩍 넘는 빚을 지게 되면서 평범한 가정주부에서 장사꾼으로 나선 것이다.
”월급쟁이를 해서는 빚을 갚을 수 없었어요. 죽고만 싶었던 어려웠던 환경이 지금의 저를 만든 것이죠”
박 대표는 “한 달에 1천만원의 수입을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밤낮없이 김을 구워 팔아야 했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노점상으로 사업에 뛰어든 박 대표는 밤잠까지 설치며 일을 한 덕분에 2006년에는 육거리시장 부근에 김 제조 공장을 차렸고, 이듬해에는 대형마트에도 진출했다.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지만, 여기에서 애환이 끝난 게 아니었다.
김을 구울 때 나는 연기 때문에 장사가 안 된다는 주변 상인들의 눈총을 받아야 했고, 연기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매장을 빼겠다는 마트 지점장의 독촉도 숱하게 들었다.
남들 같으면 매서운 눈초리를 견디다 못해 장사를 포기했을 법도 했지만, 박 대표에게는 오히려 ‘약’이 됐다.
연기가 나지 않게 김을 굽는 설비를 3년간 연구해 특허까지 받았다.
다양한 김 제품을 만드는 업체가 생겨나자 ‘박향희 김에는 화학조미료가 들어가지 않습니다’라는 슬로건까지 내걸었다.
”맛이 갑자기 없어졌다”는 고객들의 쓴소리에 시달리며 고민한 끝에 1천도의 고온에서 소금물을 끓여 불순물을 없앤 소금을 얻어내는 기술도 개발했다.
노점상을 하는 게 창피해 고향인 강원도 원주를 떠나 청주로 이사했다는 수줍은 30대 여성이 12년 만에 어엿한 기업인으로 성공한 것이다.
그는 2012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소상공인 창업박람회’에 자신이 만든 김자반을 출품, 우수한 평가를 받기도 했다.
박 대표는 “우리나라의 김은 세계적으로 품질이 우수하다”며 “이런 좋은 김을 더욱 맛 좋게 만들어 세계인의 식탁에 올리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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