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 170명 명의로 계좌 생성 유령업소 1998곳 차려 위장해
1500억원대의 ‘카드깡’을 벌인 조직과 이를 눈감아 준 대가로 억대의 뇌물을 받은 세무공무원들이 적발됐다.정씨 등은 2010년 2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카드깡 수법으로 1582억원의 매출을 올려 서울·경기의 유흥업소 14곳 업주들로부터 수수료 명목으로 160억여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정씨 일당은 노숙자 등 170명 이름으로 은행계좌, 사업자등록증, 영업허가증 등을 받아 1998곳의 위장 가맹점을 등록했다. 이들은 가짜 업소로 가맹 계약이 된 단말기들을 지씨 등의 업소에 설치했다. 카드사에서 노숙자 이름의 대포통장으로 매출액이 들어오면 9~15%를 수수료 명목으로 챙긴 뒤 나머지를 업주들에게 돌려줬다.
유흥주점은 최대 38%의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 터라 업주들은 9~15%의 수수료를 내고도 카드깡을 이용했다. 세무 당국은 등록된 가짜 업소들의 실체가 없어 세금을 거둘 방법이 없었으며, 최대 600억원의 세금이 탈루된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의 범행은 ‘파수꾼’ 역할을 해야 할 세무공무원들이 뒤를 봐준 덕에 가능했다. 구속된 최씨는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금천세무서 재직 시 매달 300만원을 상납받는 등 총 8150만원을 받았다.
최씨는 이들에게 단속계획서를 유출하는 한편 가짜 가맹 업소를 고발하는 데 필요한 ‘거래사실확인서’도 위조했다. 동료인 최모(40·8급)씨도 매달 300만원의 정례금 등 총 2750만원을 받았다. 서초세무서에 근무하던 최모(43·7급)씨도 2487만원을 받았다.
강모(42·6급)씨 등 4명은 뇌물을 받은 정황이 밝혀지지 않았으나 가짜 가맹점임을 확인하고도 고발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2014-09-12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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