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 앞둔 해양경찰청 가장 우울한 ‘생일’

해체 앞둔 해양경찰청 가장 우울한 ‘생일’

입력 2014-09-12 00:00
수정 2014-09-12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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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 창설 61주년 기념식…외빈 초청 없이 조촐히 치러져

“우리는 세월호 사고 이후 우리의 가장 큰 자산이던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잃었습니다.”

12일 인천 송도 해양경찰청 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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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 창설 61주년 기념식 묵념하는 해양경찰관
해경 창설 61주년 기념식 묵념하는 해양경찰관 12일 해양경찰청에서 열린 해경 창설 61주년 기념식에서 해양경찰관들이 순국선열과 세월호 희생자의 넋을 기리며 묵념하고 있다. 해양경찰청 제공


해경 창설 61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김석균 해경청장이 침통한 표정으로 기념사를 이어갔다.

”대형 인명사고 대비 부족, 상황처리 부실 등 사고 대응과정에서 나타난 크고 작은 문제점은 모두 청장인 저의 책임입니다. 부덕의 소치로 여러분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지 못한 것에 대해 깊이 책임을 통감합니다.”

청장의 자책어린 반성에 강당을 채운 300여 명의 해양경찰관도 고개를 들지 못했다. 일부는 눈을 감고 일부는 입술을 굳게 다물고 기념사를 경청했다.

조직 해체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어쩌면 해경의 마지막 창설 기념식으로 기록될 이날 행사는 외빈 초청 없이 간소하게 치러졌다.

매년 해경 창설 기념식 때 국무총리, 해양수산부 장관, 지역 국회의원들이 대거 참석해 해경의 노고를 치하하고 해경 창설을 축하한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2011년부터는 3년 연속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부산이나 인천 등지의 해경부두에서 성대하게 기념식이 열렸지만 이날만큼은 해양경찰 자체 행사로 치러졌다.

해경은 1953년 창설된 후 61년간 해양주권 수호, 불법외국어선 단속, 해난사고에 대한 대응과 수색구조, 해양오염 예방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해 왔지만 세월호 참사에서 부실한 대응으로 국민에게 크나큰 실망감을 안겼다.

결국 조직 해체라는 극약 처방을 받고 신설 부처인 국가안전처로의 편입을 앞두고 있다.

해경은 그러나 조직 변화에 상관없이 해상안전 확보, 해상주권 수호 등 해경 본연의 기능에 변함없이 충실하겠다는 의지를 되새기고 있다.

김 청장은 기념사에서 “해양경찰이 본연의 임무를 다하지 못하면 바다의 안전이 위태로워지고 우리의 해양주권이 위협받게 된다”며 “우리는 하루빨리 아픔을 딛고 다시 일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20여분간 간략하게 진행된 기념식의 마지막 식순은 해양경찰가 제창이었다. 강당 안에 울려퍼지는 노래가사 속에 국민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해양경찰의 진심이 담긴 듯했다.

”내 조국을 지키는 마음이 넘쳐/ 바다와 하늘 따라 한정이 없이/ 우리는 밤낮으로 달려갑니다./ 이 겨레의 역사여 평온하소서/ 해와 달과 별들과 한 친구 되어/ 우리들 해양경찰 여기 있나니.”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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