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만 같아라?” 가정폭력에 멍드는 추석

“한가위만 같아라?” 가정폭력에 멍드는 추석

입력 2014-09-12 00:00
수정 2014-09-12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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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기간 가정폭력 112 신고 건수↑…대화중 갈등 폭발

‘마음까지 넉넉해진다’는 명절 연휴가 가정폭력으로 얼룩지고 있다.

가족 친지가 모인 자리에서 사소한 말다툼으로 시작했다가 강력 사건으로 이어지는 일도 잦다. 가정폭력과 관련해 경찰에 접수되는 112 신고 건수도 역시 평소보다 증가한다.

명절비용 문제, 가사노동 분담 여부 등이 ‘촉매’로 작용해 한순간에 폭발하기 때문으로 조사되고 있다.

◇ 말다툼 너머 흉기까지

지난 7일 동생과 말다툼을 벌이던 중 흉기로 동생의 허벅지를 찔러 부상을 입힌 서모(44)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이날 오후 9시30분께 전북 익산시 망성면 자신의 집에서 추석을 쇠러 내려온 동생(41)과 대화하던 중 부엌에 있던 흉기로 동생을 찔러 중상을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범행 전 서씨는 그동안 생업 때문에 명절 때 고향에 잘 내려오지 않은 동생과 말다툼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날 오전 2시 50분께 경기도 수원에서는 남편의 외도 문제로 부부싸움을 벌이던 A(31·베트남 출신)씨가 자신의 남편(42)을 흉기로 찔러 중상을 입혔다.

A씨 남편은 곧바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결혼해 두 아이를 낳고 귀화한 A씨는 경찰조사에서 “남편이 생활비를 제대로 주지 않고 집에도 잘 들어오지 않아 홧김에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경찰에 구속됐다.

추석 다음 날인 지난 9일 오후 4시 40분께 대전 대덕구 한 아파트에서는 오모(60)씨가 함께 살던 여성을 흉기로 찔렀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오씨가 명절을 맞아 가족과 함께 가진 술자리에서 피해 여성과 다투다 범행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같은 날 오후 9시께 강릉에 사는 A(40)씨는 처가에서 손 아래 동서인 B(40)씨와 말다툼을 벌이다 B씨가 자신을 윗사람으로 존중해 주지 않는다은 이유로 폭력을 휘두르다 쌍방 폭행으로 비화하기도 했다.

경찰서 지구대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 두 사람을 보며 가족 모두가 우울한 추석을 보내야 했다.

지난 10일 낮 12시 50분께에는 대전 중구 한 주택에서 이모(61)씨가 아내(56)와 처남(51)에게 흉기를 휘두르고 달아났다.

곧바로 112에 신고한 피해자들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다행히 생명에 지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씨가 이혼 문제 등으로 아내와 말다툼을 하다가 범행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 추석 연휴 가정폭력 112 신고 ‘증가’

올해 추석 연휴인 6일 0시부터 10일 오전 10시까지 대전경찰에 접수된 112 신고 건수는 모두 7천77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가정폭력과 관련한 112 신고는 82건(중복·오인신고 제외)으로 파악됐다.

이는 하루(24시간) 평균 18.6건에 해당하는 수치다. 올해 추석 연휴 전(1월 1일∼8월 31일)까지 하루 평균 15.6건보다 3건 많다.

지난해의 경우 전체 112 신고 건수는 추석 명절기간 하루 평균 1천480건으로, 평소 하루 평균 1천580건보다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추석 연휴 기간 가정폭력 관련 112 신고는 하루 평균 17.6건으로, 이 기간을 제외한 때의 하루 평균 신고 건수 13.1건보다 4.5건 많았다.

이는 가정폭력 관련 112 신고가 상대적으로 많이 증가했다는 뜻이다.

명절 연휴 기간 가정폭력 관련 112 신고가 늘어나는 것은 다른 지역도 비슷하다.

경기 지역의 올 추석연휴 가정폭력 신고 사건은 하루 평균 189건 발생했다. 올해 1∼8월 하루 평균 123건에 비해 66건이 급증한 셈이다.

강원 지역 역시 지난 추석 연휴 기간 하루 평균 25.6건으로, 이외 기간 17.6건에 비해 8건 이상 늘었다.

인천에서는 추석 연휴 하루평균 35.4건의 가정폭력이 112로 접수돼 이외 기간 31.6건에 비해 3.8건 늘었다. 전북에서도 평소보다 하루평균 6∼7건의 신고가 더 들어왔다.

폭력신고 원인은 명절비용 문제, 가사노동 분담 여부, 재산분쟁 등이 많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평소 떨어져 지내던 가족과 친척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갈등이 한순간에 폭발할 수가 있다”며 “특히 술과 함께 나누던 대화가 다툼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경찰은 재범 우려 가정에 대해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사전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관계 기관과 협력해 피해자의 상담·치유를 지속적으로 도울 방침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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