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무자격업체에 맡겨 안전대책없이 무리한 공사 진행
지난 5월 경기도 고양종합터미널 화재 참사는 ‘총체적 안전불감증이 낳은 인재’임이 검찰 수사에서 재차 드러났다.발주업체인 CJ푸드빌을 비롯해 시공업체, 현장 작업자, 건물 관리업체에 이르기까지 모두 안전에 대한 주의의무를 위반해 피해를 키운 것으로 밝혀졌다.
무엇보다 향후 유사한 사고를 줄이기 위해선 공사 발주업체가 안전관리 책임을 지도록 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쪽으로 관련 법규를 개정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형사2부(심재천 부장검사)는 17일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설비공사 현장소장 A(57)씨와 가스배관공사 작업반장 B(54)씨 등 7명을 구속기소하고 발주업체와 건물 관리업체 등 7체 업체 관련자 18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지난 5월 26일 고양터미널 지하 1층에서 씨제이푸드빌 개점 일정에 맞추려 안전수칙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작업을 진행, 화재를 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69명의 사상자(사망 8명, 중상 5명, 경상 56명)와 근 500억원 상당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검찰은 경찰이 사건 송치 단계에서 발표한 사상자(124명) 중 병원 치료를 받지 않는 등 피해 입증이 어려운 경상자 55명은 피해자 명단에서 제외했다.
검찰에 따르면 화재는 가스배관 용접작업을 진행하던 중 새어나온 가스에 용접 불꽃이 튀어 발화된 뒤 가스배관 77㎝ 위쪽 천장에 도포한 마감재 ‘우레탄 폼’에 옮아붙으며 확산했다.
가스관 중간 밸브 위쪽에서 다른 공사를 하던 작업자가 실수로 밸브를 밟으며 열린 것이 가스 누출 원인으로 확인됐다.
불이 우레탄 폼에 옮겨 붙자 맹독성 가스가 대량 발생하고 에스컬레이터 공간을 타고 지상 2층까지 58초 만에 급속도로 퍼졌다.
검찰은 지하 1층 스프링클러 및 전원이 차단돼 초기 진화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화재연동장치를 수동으로 전환해 놓아 화재경보 및 대피방송이 뒤늦게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지상 2층 밀폐공간에 있던 피해자들이 유독가스에 질식, 미처 대피하지 못해 인명피해가 커졌다는 것이다.
검찰은 발주에서 시공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단계마다 법규를 어기고 안전의무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우선 씨제이푸드빌은 푸드코트의 전기, 가스, 소방, 설비 등의 공사를 나누어 발주하면서 안전조치가 포함된 종합적인 공사계획을 마련하지 않았다.
특히 방화셔터나 가스시설 등 안전 관련 공사를 자격과 경험이 없는 업체에 맡겼다. 게다가 개점을 서두르며 무리하게 공사기간을 줄였다.
관할 관청에 착공 신고도 하기 전에 소방감리자·소방기술자가 없는 상태에서 미리 소방공사를 진행토록 했다.
또 ‘작업자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지하 1층 스프링클러 배관의 물을 빼내고 소방시설을 차단한 상태에서 가스배관공사 등을 시켰다. .
수급업체의 경우 자격도 없으면서 면허를 빌려 공사를 따낸 뒤 자 방화셔터와 제연경계벽 등 소방시설 시공을 진행했다.
가스배관공사는 용접기능사 자격이 없는 근로자가 작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안전교육은 아예 이뤄지지 않았으며, 용접공사 현장에는 소화기조차 없었다.
건물과 시설 관리업체도 안전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공사를 승인했다.
스프링클러 퇴수, 방화셔터 전원 차단, 화재자동연동장치 차단 등을 승인해줬다.
검찰은 소방·건축 안전점검에 소홀한 혐의 등 감독기관 공무원 등의 비위나 직무유기 등에 대해서는 보강수사를 진행, 비위가 드러나면 엄중 처벌키로 했다.
오인서 차장검사는 “대규모 공사의 분리 발주 때 컨트롤 타워 부재로 안전사고 발생 위험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따라서 대규모 공사의 분리 발주 때 발주자에게 안전관리책임을 부과하는 등의 근거 규정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관련법 개정의 필요성을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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