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4년 전 악몽 되살아나나 ‘노심초사’
”구제역 매몰지의 아픈 기억을 치유하는데 4년이 걸렸는데…”4년 전 전국을 강타한 구제역 사태의 진원지였던 경북 안동에서 또다시 돼지 구제역이 발생, 방역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당시에 만들어진 매몰지에 대한 생태복구 작업이 완료되기 직전에 다시 발생했다.
4일 안동시에 따르면 남후면 고상리 김모(57)씨의 돼지농장에서 기르던 돼지 가운데 일부가 간이 키트검사와 정밀검사 결과 모두 양성 판정이 났다. 이들 돼지는 콧등에 수포가 생기고 발굽에 출혈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농장은 3개 동의 축사에서 1천690마리의 돼지를 사육 중이고 이 가운데 증상을 보인 것은 1개 동 200여 마리 가운데 120여 마리였다.
방역당국은 증상을 보인 1개 동에 사육 중이던 생후 130여일 된 돼지 200여 마리 모두를 매몰처분키로 했다.
하지만 대한한돈협회 간부인 김씨가 이곳 외에 남선면 구미리와 정하동에서도 각각 5천여 마리와 1천500여 마리의 돼지를 사육 중인데다 안동지역 돼지사육 농장에서 발생하는 분뇨를 수거해 처리하는 가축분뇨처리장을 운영 중이어서 구제역 확산에 대한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사태는 지난 2010년 11월 전국을 강타한 구제역 사태의 진원지였던 안동시의 구제역 매몰지 완전복구 선언을 불과 1개월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재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당시 와룡면 서현양돈단지에서 발생한 구제역 사태로 안동에서만 14만6천여 마리의 소나 돼지가 매몰처분됐다.
이는 안동시 전체 사육 소의 65%, 돼지의 87%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또 이로 인한 피해는 안동시 식육점과 식당의 매출 감소는 물론이고 축제를 비롯한 각종 행사 취소 등으로 인한 교통과 숙박업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
안동시는 4년 전 구제역 사태가 발생하자 정부의 특별교부세 등 막대한 예산 지원을 받아 이듬해 3월부터 구제역 매몰지 516개소에 대한 사후관리에 들어갔고 지난해 상반기까지 이 가운데 509개소를 자연상태인 농지와 산지로 복구했다.
또 나머지 중점관리 대상 7개소에 대해서는 지난해 11월 바이러스 검사 결과 모두 음성으로 판명되자 이달 말까지 자연생태복구를 완료한다는 계획이었다.
권석순 안동시 경제산업국장은 “4년 전 악몽을 떨치기 위해 시민과 공무원들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끝에 매몰지 자연생태 복구 완료를 코앞에 두고 이 같은 사태가 재발해 당혹스럽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권 국장은 또 “구제역 발생 농가가 한돈협회 간부가 운영하는 곳이어서 더더욱 면목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재업(62) 안동상공회의소 회장은 “구제역 파동은 비단 축산농가만의 문제는 아니며 지역 경제 전반에 먹구름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방역 당국이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여줄 것을 촉구했다.
또 김태수(60) 전국한우협회 안동시지부장은 “백신 접종이 주기적으로 철저히 이뤄져 4년 전과 달리 소까지 확산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녹전면 신평리에서 220여 마리의 소를 사육 중인 축주의 한 사람으로서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안동시 운흥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45·여)씨는 “4년 전 구제역 당시 이미 매출 급감을 경험한 바 있어 이번 사태가 미칠 파장이 우려스럽다”고 토로했다.
이밖에 구제역이 재발한 고상리 인근의 가축 사육 농가에서도 사태 확산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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