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혼 동거남 혼수상태서 여성 혼자 혼인신고 인정

사실혼 동거남 혼수상태서 여성 혼자 혼인신고 인정

입력 2015-01-14 10:25
수정 2015-01-14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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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법 “의사 무능력 상태에 있더라도 혼인 의사 추정돼”

1977년 결혼한 60대 남성 A씨는 10여 년 전인 2001년 부인과 이혼했다. 딸만 셋을 뒀지만 이혼 후 왕래는 거의 없었다.

A씨는 이혼 후 1년가량이 2002년 10월께부터 6살 연하의 B(60·여)씨와 인천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동거를 시작했다.

혼인 신고를 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부부 생활이었다. A씨는 B씨의 여동생을 막내 처제라고 불렀고 ‘2004년 11월 1일’을 둘의 결혼기념일로 생각했다.

2011년 9월 A씨가 후두암 절제수술을 받아 몇 차례 병원에 입원했을 때에도 병실을 지킨 건 전 부인이나 자녀들이 아니라 B씨였다.

둘은 호프집도 함께 운영하며 단란한 노후를 꿈꿨다.

그러던 중 2013년 7월 갑작스러운 가슴 통증을 호소한 A씨는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병원에 또 실려갔다.

심장 초음파 검사를 받은 뒤 심장 병동으로 옮겨진 A씨는 관상동맥중재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의사의 소견을 들었다.

의사는 A씨에게 “수술 전 동의가 필요하니 자녀들에게 연락을 하라”고 했다. 그러나 A씨는 딸 셋의 휴대전화 번호도 모르고 왕래도 없다고 했다.

다급한 상황에서 의사는 수술실 밖에서 기다리던 B씨를 불러 동의서에 서명을 하라고 했다.

수술 동의서에 잉크가 마르기도 전 A씨는 갑자기 혼수상태에 빠졌다. B씨는 A씨의 상태가 악화한 지 3시간여 지나 구청에 가서 A씨와의 혼인 신고를 했다.

그러나 혼수상태에 빠졌던 A씨는 B씨가 혼인 신고한 다음 날 새벽인 2013년 7월 31일 급성심근경색으로 숨졌다.

A씨가 사망한 뒤 연락이 닿은 딸 셋은 “B씨가 의식이 없는 아버지의 재산을 가로채려고 혼인 신고를 했다”며 “아버지와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진 혼인 신고는 무효”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천지법 가사 1단독 이동호 판사는 C(38·여)씨 등 A씨의 자녀 3명이 B씨를 상대로 제기한 혼인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14일 밝혔다.

이 판사는 “법률혼주의를 채택한 우리나라 법제에서 비록 사실혼 관계에 있는 한쪽의 당사자가 일방적으로 혼인신고를 했더라도 사실혼 관계를 해소하기로 서로 합의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으면 무효라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 판사는 A씨가 동거 후 일기장에 쓴 ‘집사람’, ‘막내 처제’ 등의 용어와 ‘처 000(B씨)을 동반한 지도 5년이 넘어 또 새해를 맞는구나’라는 문장 등의 증거자료를 토대로 “의사 무능력 상태에 있더라도 A씨의 혼인 의사는 추정된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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