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입학 문의 첫 질문… “CCTV 있나요”

어린이집 입학 문의 첫 질문… “CCTV 있나요”

입력 2015-01-20 15:30
수정 2015-01-20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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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들 CCTV 있는 어린이집 찾아 ‘삼만리’비상 걸린 어린이집 “설치비용 부담스럽다”

인천 어린이집 폭행 사건 이후 자녀가 다닐 어린이집을 고르는 우선 순위가 바뀌고 있다.

집에서 통학하기 가까운지, 교사 1인당 담당 원생이 몇 명인지, 교재·교구는 충분한지, 학사일정은 짜임새 있게 구성됐는지 등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종전의 요소들이 후순위로 밀리는 분위기다.

이제는 폐쇄회로(CC)TV를 갖추고 있는지가 어린이집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하다.

20일 인천지역 어린이집에 따르면 오는 3월 신학기를 앞두고 각 어린이집에는 입학과 관련한 학부모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엄마들의 공통된 관심사는 자녀가 다닐 어린이집이 CCTV를 제대로 설치, 운영하고 있는지에 쏠려 있다.

CCTV를 설치하지 않은 인천 모 어린이집 원장은 “이번 사건 이후 학부모들이 입학 문의 때 제일 먼저 하는 질문이 ‘CCTV가 있느냐’는 것”이라며 “아직 없지만 곧 설치할 것이라고 말씀드리면 ‘알았다’며 전화를 끊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최근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인터넷 육아정보 카페에서도 동네에서 CCTV를 운영하는 어린이집이 어디인지 묻는 질문과 답글로 뜨겁다.

24개월 자녀를 뒀다는 한 엄마가 “아이를 보낼 어린이집이 CCTV가 없다는 데 불안하다”고 걱정하자 댓글에 CCTV를 갖춘 동네 어린이집들을 알려주는 댓글이 이어졌다.

그러나 학부모들이 CCTV를 갖춘 어린이집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전국적으로 CCTV 설치·운영 어린이집은 전체의 21%에 불과한 9천81곳에 불과하다. 5곳 중 4곳은 CCTV가 없는 셈이다.

국·공립 어린이집은 CCTV 설치율이 그나마 높은 편이어서 대다수 어린이가 이용하는 민간·가정 어린이집의 CCTV 설치율은 더욱 낮은 편이다.

인천의 경우 국·공립 어린이집은 132곳 중 120곳(90.9%)이 CCTV를 갖추고 있지만, 민간·가정 어린이집은 2천89곳 중 660곳(31.6%)만이 CCTV를 운영하고 있다.

어린이집도 정부의 CCTV 설치 의무화 방침 때문에 비상이 걸리긴 마찬가지다.

CCTV가 없을 경우 원생 유치에 심각한 차질이 예상되기 때문에 서둘러 CCTV 설치 업체에 단가를 문의하며 설치를 준비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6일 아동학대 근절 대책을 발표하며 신규 어린이집에 대해서는 CCTV 설치를 인가 요건으로 규정하고 기존 어린이집은 법 발효 후 1개월 안에 설치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대책에는 CCTV 설치비 지원에 대한 내용이 빠져 있다.

일선 어린이집들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지원이 수반되지 않은 상황에서 설치비용 부담을 민간에 떠넘기는 데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CCTV 설치비용은 카메라 설치 대수와 카메라 해상도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대략 200만∼400만원 선에 이른다. 전체 어린이집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가정 어린이집에는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일부 지자체는 CCTV 설치비용을 일부 지원하겠다고도 밝히고 있지만 대다수 어린이집은 전적으로 자기 스스로 설치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인천의 한 어린이집 원장은 “정부가 재정 지원도 없이 어린이집 스스로 알아서 해결하라고 하면 해상도가 낮은 값싼 CCTV를 설치해 구색만 갖추는 곳이 많아질 것”이라며 “CCTV 설치 의무화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정부의 재정 지원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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