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3곳 중 1곳만 CCTV…희망자 몰리면서 등록 ‘바늘구멍’”의무화될 때까지 기다리자” 등록 포기, 가정보육 선택하기도
두 달 뒤 회사 복직을 앞둔 주부 이모(33·청주시 흥덕구 가경동)씨는 요즘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폐쇄회로(CC)TV가 설치된 어린이집을 찾느라 애를 먹고 있다.두살배기 아들을 어린이집에 보내야 하는데 ‘인천 어린이집 폭행 사건’ 이후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씨는 “CCTV가 있으면 좀 나을까 싶었는데 대부분의 어린이집에 CCTV가 없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그나마 CCTV가 있는 어린이집은 정원이 모두 차 있는 상태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아동 폭행이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자녀가 다닐 어린이집을 고르는 최우선 순위가 CCTV 설치 유무로 바뀌고 있다.
지난 13일 인천 어린이집 폭행 사건이 알려진 이후 충북 지역 육아정보 인터넷 카페에는 불안과 걱정을 호소하는 글과 함께 CCTV 설치 어린이집을 찾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형편상 어린이집을 보낼 수밖에 없다면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CCTV라도 있어야 한다는 게 학부모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하지만 생각만큼 CCTV가 설치된 어린이집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21일 충북도에 따르면 도내 어린이집 1천229곳 가운데 31.7%(389곳)에만 CCTV가 설치돼 있다.
CCTV 설치율이 낮은 것은 도내 어린이집 대부분이 영세한 소규모 시설이기 때문이라는 게 도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 CCTV가 설치된 어린이집은 대부분 국·공립이거나 규모가 큰 민간 어린이집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뜩이나 선호도가 높은 이런 어린이집의 원생 쏠림 현상이 CCTV로 인해 더욱 심화된 것이다.
한 학부모는 “시설을 잘 갖춘 인기 어린이집은 대기 명단만 수십 명에 이를 정도로 들어가기가 바늘구멍”이라며 “지금 어린이집을 구하려는 가정은 CCTV가 없는 곳을 보내느냐, 아니면 보내기를 포기하느냐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렇다 보니 대다수 학부모의 바람은 지난 16일 정부가 아동학대 근절 대책의 하나로 내놓은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로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실제 법제화까지 이어질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어 학부모들의 불안은 여전하다.
이미 국회가 지난 10년간 4차례에 걸쳐 이 방안을 추진하고도 보육업계와 인권침해를 우려하는 시민사회의 반발에 부딪혀 번번이 무산된 바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 때문에 자녀의 어린이집 보내기를 아예 포기하거나 미루는 가정도 늘고 있다.
일부 인터넷 카페에는 어린이집 대신 교사를 초빙해 공동육아를 제안하는 글도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주부 김모(32·청주시 상당구 용암동)씨는 “둘째 아이 때문에 올해 4살이 된 큰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려고 등록까지 해놨지만 최근 포기했다”며 “내가 좀 힘들더라도 1년만 더 데리고 있으며 보육환경이 나아지기를 기다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청주의 한 어린이집 원장은 “학부모들의 신뢰 회복 차원에서라도 CCTV 설치에는 이견이 없지만 수백만 원에 달하는 설치비용은 영세한 민간 어린이집에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CCTV 설치 의무화만 강제한다면 불만과 부작용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학부모들이 원하는 대로 제도가 정착하려면 정부의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