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실체·내란음모’ 놓고 대법원과 헌재 시각차

‘RO실체·내란음모’ 놓고 대법원과 헌재 시각차

입력 2015-01-22 17:37
수정 2015-01-22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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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음모는 무죄, 내란선동은 유죄’라는 대법원의 22일 판결 결과는 지난해 말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을 해산하면서 내놓은 판단과 주요 쟁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 RO 실체 사실상 인정한 헌재…부인한 대법 = 헌재는 지난달 12월 19일 정당해산심판에서 공식적으로는 RO의 실체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헌재는 결정문 어디에도 구체적 판단을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RO의 실체를 인정하고 이를 근거로 정당 해산 결정을 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결정문에서도 ‘이석기를 비롯한 내란 관련 회합 참석자들은 경기동부연합의 주요 구성원’이라고 규정하고, 당시 회합이 통진당의 활동으로 귀속된다며 해산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날 상고심 선고에서 항소심과 마찬가지로 ‘RO의 실체를 인정할 구체적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공소사실처럼 지휘통솔체계 등을 갖춘 조직의 실체가 존재하고 피고인들을 비롯한 회합 참석자 130여명이 이 조직의 구성원이라는 의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RO의 존재를 인정하기에는 객관적 자료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 의원의 주도로 회합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회합 참석자 130여명이 RO에 언제 가입했고,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의미다.

헌재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헌재의 심판 대상은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느냐 하는 부분이었다”며 “헌재는 내란회합과 중앙위원회 폭력사건, 부정경선 등을 종합했을 때 통진당 활동이 구체적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내란음모 위험성도 시각차 = 내란음모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대법원과 헌재는 미묘한 시각차를 보였다.

앞서 헌재는 “폭력으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고 진보적 민주주의 체제를 구축한다는 통진당의 입장은 내란사건에서 현실로 확인됐다”며 RO 회합의 실질적·구체적 위험성을 인정했다.

헌재는 “회합 참가자들은 북한 주체사상을 추종하고 전쟁 발발시 북한에 동조해 국가기간시설의 파괴, 무기제조 및 탈취 등 폭력수단을 실행하려 했다”고 적시했다.

그러면서 “수장인 이석기의 주도 하에 전쟁 발발시 북한에 동조해 폭력수단을 실행하고자 회합을 개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회합 참석자 대부분이 구체적으로 어떤 태도를 취했는지 알수 없다고 판단한 대법원 판결과 사실상 차이를 보인다.

대법원은 “피고인들을 비롯한 회합 참석자들이 국가기간시설 파괴 등 폭력적 방안을 실행하기 위해 추가적인 논의를 했다거나 준비를 했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다”며 “1회적인 토론을 넘어 내란 실행 행위로 나아가겠다는 확정적인 의사 합치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과 헌재의 판단이 이처럼 차이를 보이는 것은 형사 재판에서는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는 엄격한 증명이 있어야 하지만 헌재의 정당해산 심판에서는 민사소송법을 준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철저한 증거주의인 형사재판에서는 ‘불리할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기준에 따라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증거가 부족할 경우 무죄 판단을 내릴수 밖에 없지만 헌재의 경우 민사절차로 이뤄져 사실 인정이 상대적으로 느슨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헌재 심판과 대법원 판결은 판단 대상이 다르다”며 “법원은 형사법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이고 헌재는 유죄냐 무죄냐 판단이 아니라 위헌적 행위냐를 판단하는 것이어서 두 판단을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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