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널 활성화 필연”, “시민을 도박꾼으로 만들 셈인가”
흉물로 방치되고 있는 안성버스종합터미널 복합상가
시행사 부도로 5년째 흉물로 방치되고 있는 경기도 안성버스종합터미널 복합상가. 최근 마권장외발매소(화상경마장) 유치문제를 놓고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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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쪽 주민들은 버스터미널 활성화, 세수증대, 관광 활성화 등을 명분으로 내세운 반면 반대쪽 주민들은 세수증대를 위해 주민들을 도박꾼으로 만들 셈이냐며 격하게 반발하고 있다.
◇흉물로 방치된 안성버스종합터미널 복합상가
안성시는 지난 2007년 만성적인 시내 교통난을 해소하고 낡고 비좁은 고속·직행버스 터미널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서인동에 있던 기존 버스터미널을 시외곽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웅암개발이라는 민간업체는 2009년 8월 안성시청 인근 가사동에 버스 승·하차장, 주차장, 대합실 등을 갖춘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의 버스터미널을 지어 이전했다.
버스터미널에는 현재 고속, 직행 등 23개 버스노선과 시내버스가 운행 중이다.
그러나 터미널이 시내 외곽에 위치한 탓에 접근성과 편의성이 떨어져 불편을 호소하는 이용객이 늘자 시는 유동인구가 많은 한경대와 시민회관 등에 버스승강장을 설치했고 이로 인해 정작 버스종합터미널 이용객은 당초 예상치를 크게 밑돌고 있다.
이 때문에 투자금액을 회수하기 위해 터미널 부지에 착공한 지하 2층, 지상 7층, 연면적 3만9천258㎡ 규모의 복합상가는 분양이 안 돼 공정률 65% 상태에서 공사가 중단됐다.
결국 아울렛 매장, 대형사우나, 영화관, 관광호텔 등을 유치하려던 당초 계획은 무산됐고 사업을 주관한 민간업체는 부도가 났으며 골조만 남은 건물은 5년째 흉물로 방치되고 있다.
◇화상경마장 찬성입장
장기간 건물이 흉물로 방치되면서 지역 상인들과 일부 주민들을 중심으로 복합상가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는 단체들이 생겨났다.
상인과 주민 등으로 구성된 버스종합터미널 활성화 추진위원회와 복합 상가 유치위원회는 지난 21일 시민회관에서 버스터미널 활성화를 위한 주민공청회를 열었다.
6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공청회에서 추진위는 화상경마장과 아웃렛 대형매장, 영화관, 관광호텔 건설 등을 담은 사업계획을 설명했다.
김유현 ㈜시티이엔씨 부사장은 “화상경마장에 대한 오해와 선입견으로 사행성 도박장으로만 인식되고 있다”며 “그러나 경마사업으로 얻어지는 기금 일부가 지역복지나 축산관련 사업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추진위 관계자는 “화상경마장을 유치하면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고 안성의 레저산업도 발전시킬 수 있다”며 “일부 주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관리감독을 지역 시민단체에 맡길 수 있다”고 밝혔다.
추진위는 조만간 화상경마장 유치 지지서명을 받아 시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반대측 입장
안성천살리기 시민모임, 소통과 연대 등 8개 시민사회단체 역시 같은날 화상경마장 유치반대 안성시민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반대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소통과 연대는 대책위 구성 제안서에서 “화상경마장은 레저시설이 아닌 도박장이며 도박중독으로 인한 가정파탄과 유흥업소 난립으로 인한 교육환경 파괴 등 많은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통과 연대 이주현 대표는 “도박장이 들어서면 지역은 분열과 갈등이 불거지고 주거와 교육환경은 훼손되며 도박중독자 양산에 따른 가정파탄이 생길 것”이라며 “세수 20억원을 벌기 위해 시민들을 도박꾼으로 만드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종합터미널의 이용객이 없는 이유는 쇼핑몰이 없어서가 아니라 애초 터미널의 위치가 잘못 선정됐기 때문”이라며 “강남고속버스터미널을 강북으로 옮겨놓고 이용 활성화를 주장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화상경마장 유치반대 안성시민대책위원회는 최근 황은성 시장에게 ▲안성시가 화성경마장 유치를 추진했는지 ▲지방선거 당시 공약인 화상경마장 승인 불가입장이 유효한지 등을 따졌다.
◇시의 입장
시는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반대운동이 일어나자 화상경마장 유치 불가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사행성이고 터미널 본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윤태광 교통정책과장은 “그동안 건물을 매각하려다 무산되자 일부 상인들을 중심으로 화상경마장 유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화상경마장은 사행성이 높고 주민들의 반대도 많기 때문에 허가할 수 없다는 것이 시의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시는 공사가 중단된 복합상가건물이 도시미관을 현저히 저해하고 있고 각종 안전사고 발생위험이 크다고 보고 경기도에 철거를 승인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동안 장기간 방치건물이라도 민간소유에 대해서는 행정기관이 개입할 수 없었으나 지난해 관련법이 개정됨에 따라 장기간 흉물로 방치되는 건물을 철거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윤 과장은 “복합상가 건물이 사유 시설물이어서 아무런 조치를 못했지만 장기간 공사가 중단된 방치건물을 철거할 수 있도록 관련법이 개정됨에 따라 경기도에 철거신청을 했다”고 말했다.
한편, 화상경마장으로 불리는 장외발매소는 연면적 6천611㎡, 내부 전용면적 991㎡ 이상의 공간과 주차장을 확보한 뒤 주민 100명 이상과 지자체장의 동의를 얻게 되면 마사회에 개설신청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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