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 채팅방 ‘19금 대화’ 성희롱인가
서울의 한 대학에 다니는 박모(27)씨는 과 소모임 남학생 10여명이 만든 단체 카카오톡 채팅방(‘단톡방’)의 일원이다. 남학생들은 단톡방에서 여학생 외모 품평은 물론 캠퍼스 커플인 남학생에게 “밤에 어떠니”라고 묻는 등 일상적으로 음담패설을 나눴다. 박씨는 “선배들 주도로 성적 농담이 이뤄지다 보니 후배들은 자연스레 호응할 수밖에 없다”며 “바람직할 것까진 없지만 사적으로 나누는 대화이기 때문에 나쁠 것도 없다”고 말했다.그렇다면 단톡방 대화도 처벌할 수 있을까. 일단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죄나 모욕죄 적용이 가능하고 내용의 ‘특정성’과 ‘전파 가능성’이 관건이란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Y&K법률사무소의 김도영 변호사는 “가령 ‘여자 몇 명을 낚아서 해보자’라는 발언은 특정인물을 겨냥하지 않기 때문에 범죄가 성립되지 않지만 특정 여학생을 지칭해 ‘위안부’라고 부르는 등 성적 비하를 하는 것은 모욕죄 적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 최진녕 변호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라는 매체 자체가 전파 가능성을 본질로 하고 있다”며 “찌라시 등의 유통과 관련, 카카오톡 대화를 처벌한 판례도 많다”고 말했다. SNS 등을 통해 특정인을 비방했다면 명예훼손죄를, 비하했다면 모욕죄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시민들 사이에서는 ‘사적대화’라는 입장과 ‘명백한 성희롱’이라는 시각으로 엇갈렸다. 직장인 김모(31)씨는 “기본적으로 단톡방은 술자리처럼 사적 공간에서 나누는 사적 대화”라며 “피해자가 발생한다면 도덕적으로 비난할 수 있겠지만 법적 처벌은 억지”라고 말했다. 반면 직장인 유모(27·여)씨는 “성희롱 발언을 들은 여성은 엄청난 수치심을 느꼈을 것”이라며 “단체 채팅방에서든 개인적인 사담이든 모두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2015-02-18 8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