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연히 사라진 천장속 쌈짓돈 500만원…범인은 ‘쥐’

홀연히 사라진 천장속 쌈짓돈 500만원…범인은 ‘쥐’

입력 2015-05-20 07:43
수정 2015-05-20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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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가 현금 든 비닐봉투 끌고 다니며 갉아먹어…봉투속 돈은 ‘무사’

’어라, 내 돈 어디갔어!’

14일 오후 서울 양천구의 자택 화장실 천장 안을 더듬던 정모(73) 할아버지는 화들짝 놀라며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수년간 차곡차곡 모아 놓은 5만원권 100장, 총 500만원이 감쪽같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는 은행빚을 갚으려고 수년 전 화장실 천장에 지름 30㎝의 구멍을 뚫어 ‘비밀 금고’를 만들고는 돈이 생길 때마다 5만원권으로 바꿔 비닐봉지에 넣어 이곳에 숨겼다.

이제 목표한 500만원을 채워 은행에 가져가려는데 천장 안에 넣은 손을 아무리 휘저어도 닿는 것이 없었다.

빈집털이를 당했다고 생각한 할아버지는 즉시 경찰에 신고했고, 양천경찰서 목2지구대 박남배 경위와 박형태 경사가 현장에 출동했다.

박 경위 등은 화장실 천장을 유심히 살펴봤지만 할아버지 말처럼 돈은 보이지 않았다.

언제 도둑이 들어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화장실의 비밀 공간 속 봉지를 들고 갔을까. 무엇보다 범인은 어떻게 이 공간을 알게 됐을까.

한참 추리하던 박 경위는 구멍을 뒤지다 손에 묻은 검정 비닐 조각에 눈길이 멈췄다. 마치 쥐가 갉아먹고 남긴 듯한 비닐 조각이었다.

’쥐가 파먹은 것 같은 조각이네. 쥐? 쥐!’

박 경위의 머리에서 불현듯 쥐가 떠올랐고, 두 경찰관은 천장 구석까지 훑으며 ‘수색범위’를 넓혔다.

그러자 구멍이 있던 곳에서 약 3m 떨어진 천장 구석에서 너덜너덜해진 문제의 비닐봉지가 발견됐다.

범인은 다름 아닌 ‘서생원’(鼠生員)이었다. 천장을 돌아다니던 쥐가 봉투를 갉아먹으며 끌고 다녀 봉지가 천장 구석으로 움직인 것이었다.

다행히 돈은 쥐에게 맛이 없었던지 반쯤 갉아 먹힌 비닐봉지 안에는 돈이 원형을 거의 그대로 유지한 채 들어 있었다.

5만원권 100장 중 20여장의 귀퉁이에는 쥐가 조금씩 뜯어 먹어 생긴 이빨 자국이 남아 있었지만 은행 측은 돈을 문제없이 받아줬다고 경찰은 전했다.

박 경위는 20일 “몇 년간 힘들게 모은 돈을 도난당했을까 봐 걱정했던 할아버지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우리도 안도했다”며 “다행히 잃어버린 돈을 찾았지만 절도범인 쥐는 도망가 검거하지는 못했다”고 웃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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