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 80대 돌보던 치매 아내 앞에서 ‘쓸쓸한’ 죽음

파킨슨병 80대 돌보던 치매 아내 앞에서 ‘쓸쓸한’ 죽음

입력 2015-05-22 19:45
수정 2015-05-22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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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몸도 성치 않으신데 치매 걸린 할머니를 참 살뜰히 돌보셨다. 편히 눈을 감으셨을지 마음이 아프다.”

치매에 걸린 아내를 돌보던 80대 노인이 22일 자신의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의 곁에는 남편이 세상을 떠난 지도 모르는 아내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사망 시간조차 명확하지 않은 A(81)씨의 죽음은 이 집에 정기적으로 들러 도움을 주던 요양보호사의 신고로 알려졌다.

전북 익산경찰서에 따르면 A씨는 이날 오전 10시께 익산시 중앙동 자신의 집 주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치매에 걸린 아내(75)는 A씨의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119나 112에 신고조차 할 수 없었다.

A씨는 숨질 당시 주방에서 아내와 먹을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일한 목격자인 아내는 “이틀 전에 할아버지가 밥을 먹다가 넘어졌다”는 말만 반복할뿐 정확한 진술을 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A씨가 언제 숨을 거뒀는지는 아무도 모르게 됐다.

파킨슨병과 천식을 앓는 것으로 알려진 A씨는 자신의 몸도 성치 않았지만 치매에 걸린 아내를 돌보며 생활했다.

요양보호사가 오는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를 제외하고는 A씨가 전담해 아내를 돌봤다.

요양보호사는 “지난 화요일에 들렀을 때만 해도 할아버지와 할머니 모두 괜찮으셨다”며 “제가 오지 않을 때는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살뜰히 돌보셨다”고 말했다.

경찰은 서울에 있는 가족들에게 A씨의 죽음을 알리고 시신을 부검해 정확한 사망시간과 사망원인을 밝힐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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