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최두영 원장, 사고 수습·장례 협의로 압박감”

“숨진 최두영 원장, 사고 수습·장례 협의로 압박감”

입력 2015-07-05 11:40
수정 2015-07-05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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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4층 객실서 투신 가능성…갑작스런 비보에 주변 ‘망연자실’

중국 지안(集安)에서 공무원 버스사고 수습 중 5일 숨진채 발견된 최두영 지방행정연수원장은 호텔방에서 투신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시신운구 등을 지원하기 위해 현지에 가 있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도 타살 혐의점은 없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중앙TV(CCTV) 방송 화면을 보면 행정자치부 현지사고 수습팀이 투숙한 호텔 외부는 발코니가 없이 작은 창문만 있는 구조로 돼 있다.

중국 공안의 4층 객실 조사에서는 유서가 나오지 않았지만 무언가 쓰려고 한 메모지가 객실 탁자 위에서 발견됐다.

현지수습팀은 여러 가지 정황을 종합할 때 최 원장이 실족보다는 투신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최 원장은 이번 사고수습 과정에서 안타까움과 책임감, 압박감에 시달렸을 것으로 보인다. 사고를 당한 공무원 일행이 지방행정연수원의 중견리더과정 교육생들이기 때문이다.

최 원장은 특히 희생자 시신 운구와 장례절차를 놓고도 우리 정부, 중국 당국, 유족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당국은 화장을 종용했지만 유족은 시신을 그대로 국내로 운구할 것을 원했다. 협의가 지연되면서 냉장보관된 시신 훼손 우려까지 일면서 유족의 분위기는 격앙됐다.

장례절차를 둘러싸고 유족이 합동영결식과 장례를 정부주관으로 해 줄 것을 원했지만 정부는 시도에서 개별로 장례를 치르라는 입장을 고수해 지금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최 원장을 비롯한 현지 사고수습팀은 전날 4일에도 밤늦게까지 유족과 시신 운구 절차를 논의했다.

평소 온건하고 원만한 성품의 최 원장으로서는 교육생들을 잃은 데 대한 안타까움에 더해 정부, 중국 당국, 유족 사이에서 압박감 가중되자 이를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란 게 주변의 전언이다.

전북 완주 소재 지방행정연수원의 한 관계자는 “마음이 여리디여린 최 원장은 사고소식을 들은 1일 저녁부터 중국으로 가기 전까지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로 수습에 전력을 다했다”면서 “아마 중국에서도 그랬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원장을 잘 아는 직원들은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지만 당시 (최 원장이) 상당한 심신쇠약 상태였던 것은 분명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지방행정연수원과 행자부 등 고인의 동료들은 망연자실함을 감추지 못했다.

한 행자부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비보가 믿기지 않는다”며 탄식했다.

연수원 관계자도 “이번 사고로 숨진 9명의 영정 사진이 있는 분향소에 최 원장의 영정까지 더해진다는 게 믿기질 않는다”며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허탈해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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