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직접 운전 증거없다” 무죄…2심 “음주운전 맞다” 벌금형
지난해 4월 어느 날 늦은밤. 경찰에 강남의 도로변에 왼쪽 앞바퀴 타이어가 없는 차가 세워져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출동한 경찰관은 운전석에서 자던 직장인 A씨를 깨웠다. A씨는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취해 있었다. 혈중알코올농도는 0.159%였다.
조사 결과 A씨는 그날 영등포구에서 저녁식사를 하며 술을 마셨고, 대리운전 기사를 불렀으나 이내 취소한 정황도 있었다.
그러나 A씨는 음주운전을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자신은 식당에서 결제한 이후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A씨의 차량은 음주운전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반듯하게 주차돼 있었다. 차에는 사고나 파손 흔적이 없었고 빠진 타이어도 인근에서 발견되지 않았다.
특히 차량에는 운행 중 자동 잠금기능이 있어서 직접 운전을 했다면 문이 닫혀 있는 게 자연스럽지만 경찰 발견 당시 차 문은 열려 있었다.
그가 술 취해 운전하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 등도 없었다.
A씨는 재판에 넘겨졌지만 1심은 “피고인이 운전석에서 발견되긴 했으나 차량을 운전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1심은 특히 A씨가 대리운전 기사를 불렀다가 취소했지만 식당 등과 연계돼 인근 현장에서 대기하는 대리운전 기사를 이용했을 가능성 역시 지적했다.
그러나 2심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부(임동규 부장판사)는 A씨에게 무죄를 내린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고 26일 밝혔다.
2심은 차량 발견 당시 운전석 쪽 타이어가 휠에서 빠졌을 뿐 아니라 휠 테두리가 긁히고 약간 마모돼 있던 점이 A씨의 음주운전을 증명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타이어에 터진 이후 완전히 빠지고 나서도 계속해 주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대리운전기사 등) 술에 취하지 않은 정상적인 사람이 이같이 운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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